긴장을 풀면 안 돼!
스무 살에 운전 면허증이 땄다.
다행인지 아닌지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한 번에 붙었고, 면허증이라는 자격증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는 곧 장롱면허가 됐다. 내가 몰고 다닐만한 차도 없었거니와 콩닥콩닥 새가슴으로 운전하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익숙한 대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녔고, 전 남자 친구들이 열심히 태워다 주기도 했다.
10년 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기면 집콕할 수 없었기에 운전 연수를 시작했다. 도로에서 예쁜 노랑 병아리 차를 타고, 선생님과 남한산성 근처, 양재역 근처를 마구 돌아다녔다. 그리고 새 차가 우리 집에 온 날, 시승도 할 겸 마트에 갔다가 지하주차장에서 휠을 긁었더랬다. 그때 남편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큰 차+어린아이 둘+반대 운전석&차선+라운드어바웃(Roundabouts)=범퍼카?!
뉴질랜드에 왔다.
둘째가 6개월 일 때라 유모차, 카시트, 가방, 자전거 등 짐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내가 혼자 아이 둘과 짐을 케어해야 했기에 큰 차를 구입했다.
그날도 텀 브레이크로 아이 둘을 태우고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4살 된 첫째의 “왜?” 공격과 둘째의 에너지 넘치는 울음을 감당하며 운전 중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주차하려고 후진을 하는데,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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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키우면서 그런 고요한 정적은 처음이었다.
주유구 옆부터 밑 범퍼까지가 움푹 찌그러졌다. 집 벽엔 차의 페인트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내가 내 차로 내 집을 치다니!!
울지도 못할 일인데 이게 시작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규정 속도
뉴질랜드는 일반적으로 주거지역-30-50km, 넓은 도로-60-80km, 그리고 고속도로-100-110km의 규정 속도를 가진다.
그런데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은 차가 우리 차를 바짝 따라오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피곤한 남편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았던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라운드어바웃(Roundabout), 회전교차로
뉴질랜드는 라운드어바웃이 많이 위치해 있다. 이것의 장점은 신호등이 없이도 차량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한국과 운전석 위치, 차선이 반대인 좌측차량통행이 기본시스템이다. 따라서 라운드어바웃을 이용할 때, 오른쪽에서 차량이 오는지를 확인하고 진입을 해야 한다. (시계방향으로 순환) 그리고 라운드어바웃에서 나가기 전 왼쪽 깜빡이를 켜서 내가 갈 방향을 알린다.
며칠 전에는 집 근처라는 이유만으로 긴장을 풀고,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라운드어바웃을 크게 돌지 못하고, 뒷바퀴를 인도에 부딪치며 타이어와 휠을 상처 내고 말았다. 타이어를 교체하며 NZ$500(한화 약 40만원)비용을 들였다.
꼭 긴장을 풀면 사고가 나더라
경험을 얻고,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집중해서 다녀오려고 한다. 이 나라는 집 앞 마트를 가더라도 차를 타야 하는 거리이기 때문에 잘못된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운전을 못하게 되면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더 이상은 범퍼카가 되지 않도록 집중! 그리고 조심! 그리고 남편아,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