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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십사 메가헤르츠 Aug 11. 2023

철저히 혼자가 되기로 했습니다만,

외로움의 경멸과 집착 그 중간 어디쯤

철저히 혼자가 되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살다 가는 인생.


너무 극단적인가? 그런데 난 아무렇지도 않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짜증 난 것도 아니고, 욱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인간관계에 있어서 안절부절못하며 힘주고 있던 손에 힘을 푼 정도이다. 내가 힘을 풀고, 혼자이길 선택한 이유는 낯선 곳에서 느낀 외로움에서부터 시작됐다.


외로움(loneliness):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을 느낌


그동안은 가족이 언제나 곁에 있었고, 친척도 많았다. 주위에는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 대학교 때 친구들, 회사 동료들, 성당 친구들, 하다못해 친구의 친구까지 연결되어 같이 친구가 되고 만났으니 얼마나 사람냄새 가득한 삶을 살았는지.


그러다 해외로 나왔는데,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조용한 사막 한가운데에 남겨진 느낌이랄까? 그 느낌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하루 종일 울리지 않는 핸드폰. 한국 가족,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남겨도 바쁜 삶을 사는 그들에게 나는 이미 멀어진 존재였다.


그렇게 나는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내고 있었다. 어린아이 둘 덕분에 가끔 그 외로움이 잊힐 때도 있었지만, 남편이 집에 없을 땐 '어른대화를 같이 나눌 누군가'가 전혀 없었다.


진지하게는 아니더라도 그냥 이런저런 일상과 감정을 나눌 사람이 그리웠다. 소극적인 나지만 한국말이 들리면 먼저 가서 인사를 했다.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성당, 교회도 나가봤지만 그들에게 난 그저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미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그들에게 나는 굳이 친구가 될 이유와 요소가 없었다.


넘쳐흐를 만큼 감성적이고, 공감이 중요한 나에게 ‘친구 1명’ 만들기는 너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였다.


그래, 그냥 혼자 살자!


아니야! 나 친구 만들고 싶어! 1명만이라도!!!


그렇게 매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반복하다가 결정했다! 혼자 살기로.


내 머릿속에 가득 채우는 감정과 생각들. 가끔은 너무 벅차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상상들. 그것들을 내 일기장에 풀어놓고, 이제야 시작한 브런치스토리에 적어두고, 그래도 외로우면 내가 좋아하는 책 읽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고, 그렇게 혼자서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옛날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찾아간 할머니집은 미니멀라이프가 떠오를 정도로 심플하고, 조용했었더랬다. 그렇게 혼자 기도하시고, 혼자 식사하시는 삶이 외롭고, 한편으로는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삶이 뭔지 알 것 같다.


‘나’를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고, 아이들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취미라는 것도 생기더라. 그래서 지금은 이 편안함이 익숙하고 좋다. 그렇게 경멸하던 외로움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참고로, 지금 나에겐 표정만 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주는 친구가 2명 생겼다. 나에게는 아주 풍족하고, 풍요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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