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마치며

삶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잊지 않기

많이 아프고 흔들리는 한 해였다. 내가 믿는 것들이 뿌리째 뽑히는 것만 같은 때가 있었다. 아직도 나는 나아진 것은 없고 그저 어리석은 생각과 바보 같은 짓들을 하고 생산성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 가끔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극적으로 나 자신의 삶이 새로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럴 때면 길거리를 걷다가도 눈물이 줄줄 흐르고 마치 내가 지난날의 내 실수와 후회를 모두 회개하는 것만 같다.

이제 더 이상 지나간 인연들을 붙잡고 미련을 느끼거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상을 하며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 싶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이제는 함께 하기 어려운 인연들과 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어떤 인위적인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기고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그들의 앞날을 위해 성숙히 기도하고 기다리고 놓아주고 싶다. 그들이 나의 지난 잘못을 언젠가 용서해주기를 염치없이 바라며.

삶에서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그간의 나에게 허락되었던 많은 소중한 인연과 추억들과 경험들이 나에게 과분하게 느껴지고 경이롭기도 하다. 앞으로 나에게 또 이런 시간들과 사람들이 찾아올까 싶어 두렵기도 하다.

부디 2023년의 내가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음을 절대 잊지 않고 내가 내 삶 안의 선택에 있어 스스로를 믿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조금이나마 허락되기를.

다가오는 것들을 무엇이든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견뎌내며 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삶을 대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를 원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