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부 매장 반셀프 인테리어 작업 과정
나만의 공간을 꾸밀 준비가 됐다면, 이제 현실로 옮길 차례이다. 공사는 기본적으로 철거-전기-수도-목공-페인트-조명 등의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셀프로 진행하게 되면 각 공정마다 업체 미팅 및 견적 비교를 해야 해서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왜 인테리어 업체에 의뢰하는지 충분히 이해됐다)
다행히 젤라부 매장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성군 주거복지지원센터 박소진 소장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소장님과 상의 후 우리 부부가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셀프로 진행하고 전문적인 영역은 업체에 의뢰하기로 했다.(전문가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정확히 전달해야 하기에 각 분야 별 사전 지식은 필수다)
1. 비움의 미학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철거이다. 매장 인테리어를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 젤라부 매장의 경우 전면 통유리의 가벽과 전면 시트지, 가벽 그리고 방 안쪽 높게 올린 단을 제거했다.(벽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못과 불필요한 전등도 제거해야 한다.)
철거는 셀프로 진행했기에 철물점에서 빠루, 스크레퍼, 톱, 해머 등을 구입하고 하루가 꼬박 걸려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보통 인테리어 폐기물은 일반쓰레기로 버리지 못해 폐기물 수거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감사하게도 박 소장님 처리해주셨다.
스트레스 푸는데 철거가 최고인 듯. 하지만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2. 기사님들에게 반해버렸어
철거작업 다음으로 전기와 수도 작업을 진행했다. 전기는 기계 사용에도 가장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사전에 조명 위치나 기계 위치를 잡고 콘센트 개수와 위치를 확정해야 한다. 한 번에 일을 처리해야 작업비(인건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꼭 미리 계획해두어야 한다. 실수로 빼먹은 곳이 있으면 재작업을 해야 하고 그러면 공사비가 추가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특히 전기공사의 경우 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가게 용량을 잘 따지고 승압을 하거나 삼상을 써야 할 수 있으니 이 부분은 미리 체크해두자.
수도공사는 급수와 배수의 작업을 고려해야 한다. 업무 동선에 맞춰 물이 잘 들어오고 잘 빠질 수 있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전기 및 수도 기사님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멋스러움이 폭발했다. 사다리를 타고 이쪽저쪽 옮겨 다니면서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3. 매장의 모습을 갖추는 목공
전기공사는 하루에 다 끝나지 않는다. 매장에 가벽을 세운다면 목공팀과 전기팀이 상의하며 콘센트 위치와 조명 위치를 파악하고 작업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작업이 미숙하게 진행되면 전기배선 작업한 곳에 목수가 못을 박아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최악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
목공 작업은 가벽을 세우거나, 벽이나 천장을 보강하거나 매대를 만드는 작업 등을 한다. 젤라부는 가벽을 세워 홀과 주방을 분리했고, 부실한 천장을 석고보드로 보강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작업이 진행될 때 꼭 현장에 있어야 한다. 작업 중 갑작스러운 변동사항이 생길 수 있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옆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이전 글에서 젤라부 인테리어에 유연함이 콘셉트이라고 이야기 한 적 있다. 유연함을 강조한 이유는 포인트나 가구의 이동성을 높여 인테리어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고 싶었다. 보통 카페를 살펴보면 목공 작업 시 매대를 만든다. 이 경우 작업자 키에 맞춰 편리하게 매대를 사용할 수 있지만, 고정되어 있기에 추후 이사를 갈 때 재사용할 수 없고, 이동도 불가능하다. 요즘 대부분 가게 임대할 때 인테리어 원상복구를 원하는 건물주도 많아서 추후 철거 때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목공 작업까지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인 셀프 인테리어의 시간이다. 작업을 전문가에게 의뢰했다고 해도 옆에서 지켜보고 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까. 셀프 인테리어,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한다면 이쯤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력을 비축해두는 것이 좋다. 앞으로 무한 힘듦이 찾아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