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 가을 하늘
9월은 오묘한 계절의 시작이다.
무더위에 한창 지쳐 “이제 제발 그만해!”라고 소리치고 잠들면 다음날 정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막상 시간이 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 이렇게 떠나버리는 여름이 서운한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듯 여름을 떠나보내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이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는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서울은 유난히 가을을 보내기 좋은 도시이다. 9월이 되면 위에는 긴팔을 입고 아래는 반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밖으로 나선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9월은 바로 테라스를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이다. 커피를 사들고는 고민도 없이 바깥에 자리를 잡는다. 이맘때쯤 삼청동에 가면 갤러리와 미술관에는 9월 문화주간을 맞이하여 새로운 전시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낸다. 한국 작가들의 그림은 가을과도 조화가 좋다. 윤형근의 청다색 그림들과 최영욱의 달항아리가 떠오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김환기의 점묘화나 이배의 불로부터 시리즈도 가을을 제대로 구현해낸다.
또 9월은 자전거를 타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다음과 같다. 부암동에서 조금 걸어 내려오면 서촌의 시작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따릉이를 빌린다. 자전거를 타고 청와대 길목을 지나서 경복궁을 거쳐 삼청동 옆 내리막길로 쭉 내려온다. 광화문에서부터 덕수궁 돌담길까지는 평지라서 자전거 타기가 더 좋다. 그렇게 부암동부터 덕수궁을 따라 내려온다. 이전 회사에서는 서울역과 광화문 근처로 자주 출장을 왔었는데, 출장을 와서는 항상 퇴근시간이 조금 지난 8시쯤 자전거를 타고 광화문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갔다. 조금씩 쌀쌀해지는 9월 주중 저녁에 따릉이를 타고 서울을 달리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위로를 준다.
9월이 되면 꼭 밖에서 커피를 마시자. 미술관을 가자. 자전거를 타자. 서울을 향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