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이

영원히 엄마가 되거나, 영원히 엄마가 되지 않거나.

by soul


기록상 남아있기로 나는 정확히 17살 때부터 미래의 자녀의 이름을 정하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4개나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인생에서 40달을 산모로 살 수 있을까?’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처음 생각해 보았고, 자녀계획은 두 명으로 줄였다. 그중 하나의 아이 이름 후보가 바로 새벽이다.


하지만 27살의 지금. 혼자가 너무나도 익숙한 나는 과연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고등학교 친구 둘이 작년에 결혼을 했고, 올해 모두 출산했다. 이 둘의 결혼과 출산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매번 화제가 되고, 친구의 친구들까지도 궁금해하는 이야기이다. 이 나이에 결혼과 출산은 마치 취업과 승진과도 같아서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 나이에 해결해야 할 큰 과업을 훌륭히 해냈기 때문일까? 매번 앵무새처럼 ‘자만추’만 외치던 나에게도 친구의 결혼은 고요한 호숫가의 은은한 파장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결혼에 대해 너무 막연한 희망만을 갖고 있었다. 자만추와 아이 이름만 생각하며.


며칠 전 새벽, 가끔 나를 찾아오는 위장병이 급작스럽게 시작됐다.


빨랫감 물 짜내듯 조여오는 위와 계속 올라오는 위액으로 공복에 내내 토를 했다. 아무 약도 들지 않아 데굴데굴 구르고 있을 때, 엄마는 내 옆을 밤새 지키며 물을 갖다주고, 이온음료를 사다 주고, 얼굴을 씻겨주었다. 나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엄마의 존재에 고마워 눈물이 났다.


엄마, 나는 엄마 없었으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이제 혼자 살면 아플 때 누가 내 옆에서 얼굴을 씻겨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갔다. 나는 정말 아이를 원하는가? 나는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죽어라 내 일만 하고 있는 엄마가 되지는 않을까? 나는 17살 때부터 새벽을 원했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건 그 아이가 27살이 돼서도 얼굴을 씻겨줄 수 있을 각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8. 아이1.jpg 근데 애기.. 너무 졸귀임. 케이트 페리 딸... 요정 아님? (깨꼬닥)


사진: Mike Kelly <보상받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의 시간>, 휘트니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