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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Jul 14. 2022

자기 동기 부여, 자발적 연구

self motivation

미국 박사 과정 첫 번째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다들 한 번씩 여름에 한국에 들어가지만, 이곳에서 수업도 듣고 연구도 하다 보니 딱히 잠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쩌면 잠시 갔다가 영원히 안 오고 싶어 할 수도 있고, 다시 패턴을 찾고 마음을 잡고 일하고 페이퍼 쓰는 과정을 겪는 게 싫을 수도 있고, 한국도 비도 많이 오고 습하다고 하니 더운 여름이라 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컴퓨터를 켜면 워드 파일은 어제 쓰다만 페이지를 친절히 알려준다. 내일 교수님과 줌 미팅할 때 리뷰할 수 있는 페이퍼 마무리 작업을 한다. 학회 저널에 7월 안에는 내는 걸 목표로 같이 작업 중인 질적 연구 페이퍼다. 그동안 아카데미와 꽤 거리 있는 삶을 살았다 보니  저널 투고를 해보지 못했고, 이곳 돌아가는 생태계도 매일 알아가고 배워가고 있다.


학과마다 다르지만 커뮤니케이션 학과는 알아서 연구해야 하는 분위기다. 알아서 연구하지 않으면 졸업 시기에 저널에 게재된(published article) 논문도 없을 것이고, 콘퍼런스 페이퍼도 없을 것이고, 학과 수업만 듣고 학위 논문만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긴 박사학위 과정은 일종의 취미 생활과 졸업장으로 남게 될 거다. 전공마다 졸업할 때 필요한 요건을 걸어 두는 대학들도 있다. 특정 저널에 1 저자로 출판, 콘퍼런스 발표 2회 등 졸업 논문 외에도 만들어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연구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미국은 학위 논문 자격시험 (comprehensive test)과 prospectus (proposal for dissertation)를 모두 통과하면 ABD (all but dissertation) 자격이 되는데 그러면 이때부터 잡 마켓으로 나간다. 졸업 1년 전에 학위 논문이랑 함께 정년트랙 (tenured track faculty)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이다. 마치 대학원 입학 원서 넣듯이, 대기업 공채 지원하듯이, 인내를 갖고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요구되는 서류들은 배로 더 많이 준비해야힌다. 1학년 들어와서 듣고 보고 과정에 대해 읽어보고 하면서 이곳에 와서 알게 된 내용이다. 그때 이력서 (CV)를 낸다면 이미 게재된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거꾸로 계산하면 1학년일 때,  peer reviewed journal에 제출하기 위해 여름 방학에 페이퍼를 써놔야 내년에 결실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저널도 종류가 너무 많은데 Refereed journal/ peer reviewed journal 학술지에 내놔야 퀄리티가 높은 연구로 인정을 받는다고 봐야 하나. 이건 뭐 단계 단계 스펙 쌓기 같은 느낌이다.


글을 쓰다 궁금해서 교수님한테 연구 좋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한다. 읽고 쓰고 리서치를 대부분 좋아하는 이들이 박사 과정에 오는 것 같다. 아니, 안 좋아하더라도 일단 들어오면 어떻게든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 같다. 오랜 시간을 읽고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보면 작가 같기도 하다.


그럼 박사 학위를 졸업하면 좋은가. 유학해서 미국 박사 학위 하면 좋냐고 물어보면 막상 다 졸업한 사람들은 좋다고 한다. 후회한 사람들은 아직 못 봤다. 그래서 일단 경험자들 말을 들으면서, 아.. 좋은 거구나 잘 마쳐야 하는 거구나. 생각하며 가야 하는 길을 매일 걸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누가 시키지 않으니깐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된다. 이곳 연구 팀은 내가 뭐하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 미팅 전에 준비만 되어 있으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다. 페이퍼를 쓰라고 닦달하는 지도교수도 없다. 학창 시절 그렇게 공부하라고 얘기하신 부모님의 잔소리도 없다. 모든 게 내 선택이고 내 책임인 것이다. 단, 이제는 독립한 성인이라는 현실이 무언의 무게가 될 수는 있다. 매일 어떻게 보면 여유롭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매일이 바쁜 과정이다. 자기 동기 부여가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과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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