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알. 이.
지금 한국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라고 다들 친절히 메시지를 보내준다. 장마와 습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되면, GRE 준비를 위해 강남역 학원가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2019년 처음 박사 유학을 생각하고 한국에 있는 대학원 교수님에게 유학 준비를 여쭤봤다. 교수님은 "GRE를 잘 봐야 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GRE준비를 시작했다.
GRE: The Graduate Record Examinations is a standardized test that is an admissions requirement for many graduate schoo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and few in other countries. The GRE is owned and administered by Educational Testing Service.
[source: Wikipedia]
석사나 박사 미국 대학원에 오려면 봐야 하는 필수 시험. Analytical writing, Verbal and Quantitative 세 분야로 나눠져 3시간 45분 동안 봐야 하는 시험이다. 교수님 조언을 받았던 때는 2019년, 벌써 약 3년 전이다. GRE 점수가 잘 나와야 첫 스크리닝에서 남게 되고, 그러고 나서 SOP (A Statement of Purpose), CV, 추천서 3통을 함께 보는 전체적 리뷰가 들어간다고 했다. 지금도 특히 여름 동안 GRE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학부 유학생들도 한국에 들어가서 여름에는 GRE 점수를 만들기 위해 학원가로 모인다. 당시 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틈틈이 짬나는 대로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고 학원을 다녔다. GRE나 GMAT을 공부하면, 아 이렇게 고3 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 이런 말을 서로 주고받는다.
스터디를 짜주고 공부도 같이 많이 하는데, 나는 항상 오답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해서 유학이나 갈 수 있을까, 그런 자괴감이 매번 생길 정도였다. 젊은 친구들은 어찌 그리 다들 잘하는지. 외웠던 단어는 왜 금세 또 잊어버리는지. 독해는 왜 이렇게 안되는지. GRE를 공부하면서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눈 떨림도 생겨보고, 눈도 침침해져 보고, 스터디 후에 끝없는 허기짐에 피자 한 판도 다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GRE를 떠올리면 이 지랄 같은 시험이란 생각, 그리고 끊임없이 연세대 도서관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다행히 2019년 가까스로 원서를 제출할만한 점수를 만들었는데 (인문계라 언어영역 같은 verbal 점수와 analytical writing 점수가 좋아야 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지면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거나 없기 때문에 GRE 점수를 보지 않겠다는 학교들이 나왔다. 지원서를 쓸 때 GRE 점수를 옵션으로 넣는 곳들도 많았고, 안 넣어도 되는 곳들도 많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은 어느 정도 일상생활로 돌아왔기 때문에 점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드미션 웹사이트는 들어가 보지도 않는다. 이제 필요 없으니깐)
아... 나는 코로나 사태 수혜자인가. 당시 나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GMAT 공부하던 친구도 점수 없이 지원하고 합격하여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간혹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결국은 지원할 때 필요 없어진 점수인데 우린 뭐한 건가 싶기도 하고, 반대로 수혜를 입은 건가 싶기도 하다. GRE를 공부하고 있으면, 지금 달리기 출발선에 서기 전에 신발끈 잘 묶는 단계라고 얘기해줬던 친구가 생각난다. 이제 1학년 마쳤으니 출발선에서 조금 달려온 건가?! 시간은 흐르고, 기억하기 싫은 시간조차 흐릿한 추억이 되어 남아 있다. 안될 거 같은 일도 방향을 정하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되나 보다. 진짜 원하면, 못하는 게 어딨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