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3세 뉴욕에 이민 온 할머니

by 김지수

퀸즈 포레스트 힐(Forest Hills)에 사는 할머니 Reina. 1956년에 부모님이 뉴욕에 이민을 오셔 살고 있다고. 인생이 드라마 같다고 하시는데 구구절절 사연이 많더라. 어학 전공을 했고 프랑스어 교사로 일했고 버라이어 존 회사에서도 일했고 지금은 은퇴 후 발런티어로 일하고 손자를 돌보며 남자 친구랑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할머니.

첫 번째 남편과 이혼 후 다른 남자와 재혼을 했는데 그 남자가 어느 날 암으로 사망을 했다고. 문제는 주택 이름이 남편 이름으로 되어 무척 골치가 아파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너무 비싼 비용을 달라고 하니 돌아서 고민하다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셔 놀랐다. 시간은 무척 오래 걸렸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한턱을 냈다고 하니 얼마나 멋져!

암으로 사망한 두 번째 남편에게도 첫 부인이 있었다. 그러니까 첫 부인이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후 Reina 할머니와 재혼을 했다. 오래오래 걸려 재산 상속 문제를 해결했고 그 후 퀸즈 YMSA에서 55세 이상 싱글 만나는 모임에서 현재의 남자 친구를 만나서 지금껏 만나고 있고 아직 결혼은 안 한 상태. 말하자면 3번째 남자네.

한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복잡한 결혼 관계에 대해 놀랐다. 현재 남자 친구랑 카네기 홀에서 요요마 공연을 보고 남자 친구 70세 생일날이 지난주 화요일. 뉴욕과 코네티컷 주에 천둥 경보가 울렸고 남자 친구랑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했다고 하며 다음날 수요일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남자 친구랑 봤다고 하셨다.


무슨 뮤지컬이냐 물으니 "Waitless"이었다고. 너무너무 좋은 공연이었다고 하셨다. 웨이트리스는 파이 굽는 제빵사였는데 남자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돈도 빼앗기고 나중 임신된 것도 알지만 헤어지고, 의사를 만나 잠시 행복했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라 다시 헤어졌고, 나중 혼자 어린 딸을 출산하고 키운다는 내용인데 정말 좋은 뮤지컬이었다고 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하면서 어쩌면 실화일 거 같다고 하셨다. 뮤지컬 러시 티켓을 구하러 아침 일찍 극장 앞에 도착해 기다렸고 40불인가 주고 샀다고.

난 그날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아티스트 디플로마 공연을 봤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라리넷 소리를 들었으나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 중 지하철이 멈춰 밤중에 미드타운을 걷다 감기에 걸려 죽도록 고생을 했다. 할머니는 내가 천둥 치는 날 공연을 봤다고 하니 깜짝 놀라셨다.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할머니. 할머니가 사는 퀸즈 포레스트 힐에 러시아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상가가 발달되어 비교적 렌트비가 비싼 편이고 깨끗하고 조용한 지역이라고. 줄리아드 학교 공연에 대해 잘 모르셔 1년에 약 700여 개 공연을 하고 학교 박스 오피스에서 표를 구할 수 있고, 줄리아드 학보 뒷면에 공연 스케줄이 자세히 나오고, 여름 방학 동안에는 공연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뉴욕. 개인마다 스토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며 인생이 드라마 같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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