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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an 31. 2019

내 삶의 에너지


누가 내게 삶의 에너지의 근원이 어디서 나오냐 묻는다면 '사랑과 꿈'이라 말하고 싶다. 음악을 사랑하고 언제나 꿈을 꾼다. 꿈과 사랑은 날 행복하게 한다. 


수 십 년 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고 세상은 온통 암흑이었다. 그럼에도 난 꿈을 꾸었다. 그 꿈이 날 뉴욕에 데려왔고 날 행복하게 한다. 대학시절에도 미친 듯 살았고 그 후에도 언제나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세상은 온통 눈물이었다 해도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눈물 흐르며 꿈을 찾아서 매일 매 순간 미친 듯 살고 있다. 


조운 바에즈의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노래를 들으면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하고

마음은 그 시절 그 장소로 돌아간다. 

디제이가 들려주던 곡을 듣던 그 시절로. 

커피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던 시절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라이브 공연을 안 보아도 행복했던 시절로.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가서 종일 책을 읽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삼중당 문고판과 음반 몇 장을 구입했다. 책과 음악이 나의 구세주였다. 매달 구입한 책과 음반은 차곡차곡 모아져 갔다. 당시 300원 정도 하는 삼중당 문고는 가장 저렴하고 세계 문학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삼중당 문고판을 계속 모으니 나중 아마 거의 다 구입한 것으로 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 사랑에 빠진 여자' 곡을 대학 시절 들으며 친구끼리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때가 엊그제 같으나 세월이 많이 흘렀고 두 자녀는 대학을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난 책과 음악과 그림을 아주 좋아했고 대학 시절 혼자 연극을 보러 다녔다. 수 십 년 전 인터넷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어떤 세상이 찾아올지 아무도 몰랐다. 디제이가 들려주던 곡을 가끔 듣고 집에서 음반을 듣던 시절 클래식 음악도 좋아했다. 


초등학교 1학년 세상에 태어나 바이올린을 처음 보고 레슨 받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나 공무원이던 아버지에게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고 세월이 흘러가고 말았다. 당시 바이올린을 배우던 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대학 입학 후 관현악반에 들어갈까, 연극반에 들어갈까, 그림 그리는 반에 들어갈까,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하다가 클래식 기타반을 노크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오빠를 우연히 만났다. 알랑 들롱처럼 멋지게 생긴 외모의 오빠는 친구 집에 가면 만났다. 당시 의대생이었고 내게 기타반에 들어오라고 권유했다. 다른 동아리와 함께 활동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봄가을 정기 연주회 준비하느라 몹시 바쁘고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수련회를 갔다. 연주회 준비하기 위해 합주에 들어가면 집에는 자정 무렵에 돌아왔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친정아버지가 내게 바둑반 등 동양적인 취미 활동을 할 것을 권했으나 난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영어 회화반 등 어학을 배우는 것과 음악, 연극, 사진, 미술 등에 관심이 많았으나 오로지 단 한 개의 동아리를 선택해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클래식 기타반에서 활동했다. 매주 레슨 받고 나중 선배가 되면 후배에게 레슨 해주고 당시 아르바이트하면서 용돈을 벌던 시절 정말 잠시도 한가로운 틈이 없었다.


수학 교육 전공을 했던 시절 교수가 내준 숙제도 많고 3학년 4학년 전공은 정말 어렵고 종일 대학 도서관에서 숙제하며 시간 보내던 친구들도 많았다. 공부하고 일하고 동아리반 활동하고 친구 만나고 남자 친구도 만나며 정말 바쁘게 지냈다. 그러나 졸업 후 교직에 종사하니 점점 더 바빠가고 나중 결혼하니 더 힘들고 하루 왕복 4-5시간 통근할 때는 지옥 같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본 바이올린을 내가 구입한 것은 직장에서 급여를 받은 후였다. 그렇게 늦게 바이올린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수학 교사라 수업도 엄청 많아서 힘들었지만 매일 지옥 같은 통근을 해도 1주일에 한번 레슨을 받았다. 


대학 시절 난 공연과 전시회를 종일 관람하고 책 읽고 하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은 날 이해하지 못했다. 먼 훗날 뉴욕에 와서 수 십 년 전 상상했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보고 있다. 아무도 믿지 않던 나 혼자 상상하던 바로 그 세상에 살고 있다.


조운 바에즈가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브루클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을 가지 않았고, 올해 노벨상을 받은 밥 딜런은 무명 시절 미네소타에서 뉴욕에 기타 하나 들고 그리니치 빌리지 클럽에 가서 노래를 불렀다는 글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은 셀 수 없이 많은 공연과 전시가 열리지만 내가 찾아가지 않으면 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매일 맨해튼에 가서 공연과 전시회 보는 것은 아주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나의 사랑과 꿈이 아니라면 난 매일 공연과 전시를 볼 수 없을 것이다. 


201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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