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일요일
화창한 가을날 어디로 갈지 망설이다 더 많은 축제를 보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 머릿속에 스케줄을 만들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그랜드 센트럴 역에 도착 익스프레스 5호선에 환승해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2019 Brooklyn Book Festival/ 9.16-23)이 열린 곳을 찾아가려는데 슬프게 볼링 그린 역에서 멈췄다.
미리 지하철 노선 변경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만 잊었다.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는 볼링 그린 지하철역에서 나와 노란 택시를 타고 떠났다. 택시비가 저렴하다면 좋을 텐데 저렴하지 않아 맨해튼에서 노란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
아름다운 배터리 파크에서 상의를 벗고 조깅을 하는 젊은 남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난 다시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브루클린에 가는 지하철을 기다렸다.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여행객이 된 기분이랄까. 익스프레스 5호선이 운행 안 하니 4호선도 운행을 안 한 줄 알았는데 얼마 후 도착한 익스프레스 4호선에 탑승해 목적지 Brooklyn Borough Hall에 무사히 도착했다. 축제는 16일 시작해 23일까지 열리지만 22일 열리는 행사만 찾아갔다.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은 해마다 9월에 열리는 뉴욕의 큰 축제에 속하며 약 3백 명이 넘는 작가들이 참가하며 책 소개, 강연, 워크숍, 토론, 작가 사인회를 비롯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어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콜럼비아대, 뉴욕대 등 대학 출판사 및 수 백개의 출판사도 참가한다. 운 좋게 세일하는 책을 구입할 수도 있고 평소 보기 드문 책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남녀노소 막론하고 찾아오는 문학 축제는 무료라서 더 좋다.
반면 매년 맨해튼 첼시 Javits Center에서 열리는 BookCon 축제는 유료, 티켓값도 정말 비싸지만 인기 많은 축제라서 방문객들이 아주 많다. 뉴욕은 무료 행사 아니면 대개 비싸다.
북 페스티벌에 찾아갔는데 시인이 시낭송을 하고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니 좋아서 계단에 앉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미꽃이 핀 화단을 보며 노래를 듣는데 가끔씩 카네기 홀에서 만난 사진가가 지나갔다. 그분도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라서 가끔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가서 만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이민 온 벤자민이 그분에게 3천만 원 되는 카메라를 구입하라고 하니 "무슨 돈이 있어서 그 비싼 카메라 구입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옆에서 들었다. 스타이브센트 고교는 뉴욕시에서 가장 우수한 특목고다. 상당수 한인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다.
미국에서 태어나 명문 고교를 졸업한 그분도 돈이 아주 많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음악을 무척 사랑한 사진가는 나처럼 축제 사냥하러 다니는지 가끔씩 축제에 가면 만나서 인사를 하곤 한다. 미국에서 탄생 명문 고교를 졸업한 사람도 뉴욕 삶이 어렵다고 하는데 평범한 이민자들에게 뉴욕은 얼마나 도전적인 도시인지. 요즘 능력 많은 젊은이들은 예외다. 영주권 받아서 뉴욕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경우는 보통 이민자와 삶이 다를 것이다.
축제에 가서 엉뚱하게 계단에 앉아서 낯선 음악가 노래를 듣고 나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작가들은 열심히 강연을 하고 구경꾼들은 열심히 강연을 듣고. 곱고 예쁘게 분장한 작가도 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나 살펴보기 시작하다 책갈피 여러 개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특별한 이벤트에서 주는 책갈피는 내게는 추억을 주는 작은 선물이다. 종이로 만든 예쁜 자도 받아 기쁨 가득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는데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포기했다.
일요일 원래 나의 스케줄은 북 페스티벌을 보고 폴 테일러 댄스 공연을 보러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가려다 아침부터 지하철 소동이 일어나 피곤하니 마음이 변해서 포기하고 말았다. 댄스 공연 보려고 미리 예약했는데 아쉽기만 했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움직여도 맨해튼 전부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낯선 장소를 찾아가려면 상당히 피곤하다. 그 댄스 공연을 보러 수년 전에도 시도하다 장소를 찾지 못했다. 댄스 공연만 보려고 마음먹으면 분명할 수 있는데 난 좀 더 많은 공연과 축제를 보려는 마음이 앞선다.
날씨는 여름처럼 덥고 도저히 댄스 공연 보러 갈 에너지는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미드타운에 돌아가서 잠시 쉬었다. 휴식은 역시 달콤하다.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하니 몸이 회복되어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링컨 센터 근처에서 가까운 베르디 스퀘어에서 오후 5시 맨해튼 음대 학생들 특별 공연이 열렸다. 베르디 스퀘어는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 72가 지하철역 부근이다. 1,2,3호선 지하철이 운행하니 교통이 무척 편리하다.
수년 전부터 알고 있는 축제인데 2006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난 처음으로 방문했다. 오랜만에 맨해튼 음대 학생들 공연을 보니 좋고 맨해튼 음대 총장님 얼굴도 뵈었다. 공연을 촬영하는 스텝들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프라이를 사서 먹으며 일하고 있었다. 가을 학기가 시작하고 9월도 중순이 지나 이제 점점 더 많은 학생들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계절.
저녁 7시 반 카네기 홀에서 열리는 챔버 뮤직 공연을 보러 갔다. 저녁 식사는 아들이 도시락을 만들어 와서 함께 먹었다. 특별 무료 공연이라 미리 표를 받아 두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곡을 바이올린, 피아노, 프렌치 호른으로 감상했고 짙은 가을 내음이 느껴지는 곡이라 더 좋았다. 과거 메트에서 악장으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뉴욕필에서 활동하는 호른 연주가와 커티스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한 피아니스트 연주였다. 공연 티켓이 매진되었는지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서 아들이 깜짝 놀랐다. 공연을 보고 지하철을 타고 한밤중 집에 돌아왔다.
9월 22일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92Y에서도 거리 축제가 열렸지만 도저히 갈 힘이 없었다. 플러싱에서 브루클린 축제에 가고 다시 맨해튼에 돌아와 축제를 보고 다시 플러싱으로 돌아오는 일정도 가볍지 않았다. 일요일 하루 14329보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