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메트오페라

by 김지수


IMG_1736.jpg?type=w966 메트 오페라 푸치니 <라보엠>

어릴 적부터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악기 레슨을 받고 싶었지만 먼 훗날 대학을 졸업 후 교직 발령을 받고 첫 급여를 받아 악기점에서 연습용 바이올린을 구입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음악을 사랑한다. 음악 없는 삶은 상상도 불가능하다. 금수저 형편이라면 부모님에게 레슨비 달라고 했을 텐데 평범한 집안이라서 내가 돈을 벌어서 레슨이 가능했고 부모님 탓을 해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는 오페라 관람할 기회조차 없었다. 런던, 파리, 시드니와 빈 등을 여행할 때 오페라를 관람하고 싶은데 여행사 가이드가 오페라 1편에 수 백 불 하고 몇 년 전에 매진된다고 하니 머나먼 님이었다. 아름다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오렌지 껍질 모양에서 나왔다는 말을 듣고 웃은 기억도 난다.


영원히 오페라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뉴욕에 와서 살다 보니 오페라를 관람할 기회가 왔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후 링컨 센터 메트(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뉴욕을 떠나면 오페라가 얼마나 그리울까.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학교에서 재직할 때 음악 선생님과 가깝게 지냈다. 서로 음악을 사랑하니까 저절로 친분이 두터워졌다. 그분이 매주 대학원 교수님께 성악 레슨을 받으러 간다고 할 때 난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당시 교사 급여는 많지 않았고 레슨비는 아주 비싸서. 급여의 상당 부분을 1회 레슨비로 내는 게 과연 현명한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분은 성악을 정말 사랑했던 분 같다. 내가 휴직계를 내고 전방에 아이 아빠 따라갈 때도 나중 복직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내 의도와 달리 그분 말씀처럼 되어버렸다. 두 자녀 출산 후 나의 커리어는 뒷전이고 숭고한 의무 앞에 복종했다. 끝없는 의무가 날 훈련시켰다.


연구소 그만두고 매일 맨해튼에서 문화 탐구를 하기 시작할 때 자주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공연을 감상했다. 맨해튼 음대는 특히 성악과 재즈 분야가 좋다. 학생들 성악 공연이 환상적이다. 줄리아드 학교에서도 성악 공연을 보았고 그러다 보니 차츰차츰 오페라에 귀가 열리고 그러다 보니 링컨 센터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오페라 공연 티켓은 400-500불 하는 비싼 티켓도 있지만 서민층을 위한 저렴한 티켓도 팔고 난 늘 러시 티켓(25불)이나 아니면 패밀리 서클 티켓(25-30불)을 구입해서 보곤 했다.


사실 러시 티켓도 늦게 늦게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는 러시 티켓도 반드시 링컨 센터 메트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당시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놀랍게 유럽에서 온 여행객도 있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가끔은 내 앞에서 러시 티켓이 끊어지면 가슴 아팠다. 직원은 백 불 이상하는 티켓만 남았다고 하면 난 언제나 돌아섰다. 내 형편에 너무 비싸니까.


나중 온라인으로 러시 티켓을 구매하도록 변경되었지만 뉴욕 맨해튼에 오페라 팬들이 아주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니 정오부터 판매하는데 불과 1-2분 만에 매진되기고 하고 그때그때 상황이 달랐다. 폭설이 내린 추운 날에는 좌석이 텅텅 비었다는 이야기 들었다. 대개 저녁 8시부터 시작 밤 11시에 막이 내리니 맨해튼에 살지 않은 경우는 폭설이 내리면 오페라 관람이 어렵다.


IMG_8855.jpg?type=w966 메트 오페라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한국과 문화가 다르니까 뉴욕은 상류층이 아니라도 최고 공연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면은 참 좋다. 카네기 홀에서도 자주 만나는 음악팬들은 대개 오페라도 사랑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가족 이야기 같다고 말하는 유대인 70대 중반 수잔 할머니는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고 메트에서 발런티어도 하니 자주 성악가들도 만나게 된다고.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그분 아드님도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아 카네기 홀에서 가끔 공연을 하곤 했다.


빈부 차이가 양극으로 나뉜 뉴욕. 메트에서도 서민들을 위해 8월 말-9월 초 링컨 센터 분수 앞에서 HD Summer Opera 축제(무료)를 연다. 매년 여름에 시간이 되면 링컨 센터에 가서 오페라를 보곤 했다. 애완견을 데리고 온 팬들도 있고 백발노인들도 아이스크림 사 먹으며 오페라를 관람한다. 또 매년 여름 뉴욕시 공원에서도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무더운 여름날에도 오페라를 사랑하는 팬들은 센트럴파크 등에서 열리는 오페라 관람을 위해 모여든다.


카네기 홀에서 자주 만나는 중년 남자는 작년 시즌 31개의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하니 오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롱아일랜드 Port Washington (포트 워싱턴) Sands Point (샌즈 포인트) Preserve 근처에 어릴 적 살았다고. 샌즈 포인트는 구겐하임 저택이 있는 곳이고 여름이면 장미정원이 무척 예쁘고 가을이면 숲이 아름다운 곳. 바다와 숲이 인접한 곳이라서 매력 넘쳐 내가 무척 사랑하는 곳인데 차가 없으니 롱아일랜드가 멀기만 하다. 그분에게 나도 롱아일랜드에서 살았다고 하고 자주 카네기 홀에서 만나니 사적인 이야기도 들었다. 이 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오페라를 관람했고 아주 오래전에는 영어 번역이 없어서 내용 이해가 무척 어려웠다고. 또 하나 지금과 다른 점은 오페라 성악가 연기가 부족해 무대에 서서 그냥 노래를 부르니 감흥이 작았다고 했다. 내가 혹시 루치아노 파바로티 공연 봤냐고 물으니 당연 봤는데 연기가 없던 시절이라 지금과 상당히 달랐다고 하셨다. 오페라, 뮤지컬, 스포츠 등을 사랑하니 뉴욕이 너무 사랑스러운 도시라고 한 분은 어찌 지낼까.


새로운 시즌은 매년 9월 중순이 지나 개막하는데 그날 타임 스퀘어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다. 그 복잡한 타임 스퀘어에 오페라 관람을 위해서 아주 많은 의자를 준비하니 얼마나 감동적인가. 여행객도 지나가다 오페라를 관람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더라.


오페라를 관람하러 가서 우연히 카네기 홀에서 만난 지인들을 만나면 웃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일본 출신 모자 디자이너. 그녀는 링컨 센터 근처에 사니 얼마나 좋을까.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청년도 만나곤 했다. 휴식 시간 성악가들의 흑백 사진 구경하고 있을 때 서로 만나 웃었다. 성악가들의 흑백 사진 보면 내가 아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그만큼 오페라 세계는 내게는 낯설다. 오페라 보면서 하나씩 배운다.


가끔씩 오페라 관람하러 가니 재밌는 추억도 있다. 어느 날 내 옆에 앉은 런던 여행객 신사. 멋진 정장을 입고 처음으로 메트에 오페라 관람하러 오셨다고. 아주 젊은 아가씨와 오셨다. 내게 자주 오페라 보러 오냐고 물어서 오페라 좋아하니 메트에 온다고 하니 휴식 시간 그분이 내가 화장실 가는데 날 따라오지 뭐야. 패밀리 서클 화장실은 맨 꼭대기에 있고 여자 화장실만 있는데. 난 러시 티켓 못 사서 패밀리 서클 구입했는데 런던에서 온 남자도 나처럼 저렴한 티켓 구입해 오셨다. 왜 나를 졸졸 따라와. 웃었어.


꽤 오래전인데 러시 티켓 구입해 오케스트라 좌석을 찾다 실수로 무대 근처에 앉았는데 하필 남의 자리였다. 그분이 화를 내니 정말 미안한데 그분 옆에 앉은 낯선 분은 빈자리에 앉으세요,라고 친절하게 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날 내 자리는 뒤편이라서 옮겼다. 난 무대 근처가 무대가 잘 보이고 성악가들 표정도 볼 수 있으니까 좋기도 하지만 뒤편 좌석이 마음의 부담이 없어서 더 좋다.


메트(메트로폴리탄)에서도 한인 성악가들이 공연을 한다. 한국에서 음악 동아 잡지에서 보던 홍혜경도 뉴욕에 와서 보게 되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한동안 공연을 중지하다가 나중 무대에 복귀했다. 서울대와 매네스 음대 출신 이용훈도 활동하는데 유학 생활하는 동안 돈이 없어서 굶주린 배를 물로 채웠다고 하니 아들이 생각났다. 고백하면 두 자녀에게 넉넉한 돈을 주지 못해 아들도 늘 생수를 먹곤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은 정말 위대하다.


메트에서 자주자주 전화가 온다. 멤버십에 가입해 달라고. 늘 러시 티켓을 구매해 오페라 보는 형편이라 아직도 멤버십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자주 메트에서 카탈로그를 집으로 보내온다. 러시 티켓은 1장 25불이니 뉴욕 물가에 비해 저렴하다. 약 3시간 동안 오페라를 관람하는데 25불이면 꽤 저렴하다.


vOE6vZwUNJsb-V1HBhS5pKBm650
exdMmws7bzNoWobpUK4_u4Pit_8 메트 오페라 베르디 <맥베스> /코로나 19로 집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메트 고맙다.



코로나 19로 지구촌이 전쟁터로 변했다. 학교도 공연장도 극장도 식당도 술집도... 다 문을 닫았다.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고 집에서 머물러달라고 하는 현실. 집안에서 지내니 얼마나 답답할까. 우울한 뉴욕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메트 오페라. 요즘 밤에 스크린으로 오페라를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아, 사랑스러운 오페라! 코로나 19로 지구촌이 멈춰 버려 사랑하는 오페라 관람도 불가능. 내 슬픔도 지구촌 코로나 19도 목련꽃잎이 떨어질 때까지 사라지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9화그리운 카네기 홀과 나의 추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