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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Aug 16. 2020

코로나와 뉴요커의 50센트 행복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실직자는 갈수록 많아져 가고 코로나 공포는 짙어만 가니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간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란 용어까지 생겨났다.



언제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을까.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다. 매년 6천만 명 여행객이 찾는 관광도시. 지하철과 거리가 늘 복잡했다. 여름이면 쏟아지는 축제를 다 볼 수도 없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가 노래도 참 좋다. 그런데 코로나로 지하철에서 더 이상 노래가 들려오지 않는다. 세계적인 오페라 공연도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도 카네기 홀 공연도 모두 볼 수 없어서 암흑의 도시 같다.



그리운 뉴욕 반스 앤 노블 북 카페, 코로나 후 다시 널 볼 수 있을지 의문이야. 


코로나 전에는 북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면 책과 여행을 떠나며 행복을 느꼈다. 북카페도 역시나 문을 닫았다. 뉴욕은 공짜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너무나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로 뉴욕이 멈춰버렸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로 수개월이 흐른 동안 집콕 생활하며 지냈다. 코로나의 진앙지 뉴욕 상황이 조금씩 좋아졌고 지난 7월 20일부터 경제 재개 4단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레스토랑과 카페 실내 영업도 안 하고, 박물관도 오픈하지 않고, 축제도 열리지 않지만 8월부터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과 브루클린 답사를 시작했다.


 지금 뉴욕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몹시도 궁금하고 살아있는 뉴욕을 보고 싶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걷는 것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고 더구나 공중 화장실이 오픈하지 않은 곳이 더 많아서 어려운 점도 많은 가운데 뉴욕 탐험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조용한 센트럴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는 뉴욕 할머니 화가 자넷 루텐버그(Janet Ruttenberg, 89)


뉴욕의 심장 센트럴파크도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여행객과 뉴요커들로 복잡해 걷기도 힘든데 산속에 있는 조용한 절간 같았다. 소수 몇 명의 사람들만 공원에서 휴식을 하고 있었다. 초록 나무 그늘 아래 누워 휴식하는 사람은 신선 같아 보였다. 코로나로 모두가 불안한 시점에 90세가 되어가는 뉴욕 화가 할머니는 센트럴파크 쉽 메도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놀랐다. 줄리아드 학교 가는 길 늘 센트럴파크를 지나다 우연히 할머니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수년 전 뉴욕 시립 미술관에서 그분 전시회가 열렸고 그때 명성 높은 화가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매년 여름이면 공원에서 수 시간 동안 서서 그림을 그리니 도인 같다. 


코로나로 너무나 조용한 브라이언트 파크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영화처럼 예쁜 브라이언트 파크도 조용하다. 초록 잔디밭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지만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소수다. 매년 여름이면 오페라, 셰익스피어 연극, 뮤지컬, 음악 축제, 영화 축제와 댄스 축제 등 수많은 축제가 열리는데 역시나 조용한 공원. 


코로나로 인적 드문 브루클린 다리 


여행객 많은 타임 스퀘어도 5번가도 소호도 모두 조용하다. 클로징 세일하는 가게도 많다.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는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도 조용하고 오래오래 전 오픈한 가게도 문을 닫고 세일하는 가게가 많았다. 뉴욕의 명소 브루클린 다리도 역시나 조용했다. 평소 같으면 걷기도 불편하고 노점상도 많다. 


코로라로 썰렁한 타임스퀘어. 


뉴요커가 사랑하는 스트랜드 서점에도 방문했다. 보석 같은 중고책을 1달러-5달러로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데 코로나로 어떻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해 오랜만에 방문하니 그대로 헌책을 팔지만 책 값은 약간 인상되고 사회적 거리 유지로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도록 직원이 통제를 했다. 


매일 아침 찾아가는 동네 호수는 그림 같아. 


코로나 상황은 아직 안갯속이고 매일 눈만 뜨면 하루를 선물 받는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힘들지 않은 보통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래도 매일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면서 꽃 향기 맡으며 새들의 합창 들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산책은 명상 같다.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가볍고 좋다. 또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나들이를 한다. 저녁에 돌아오면 식사를 하고 아들과 함께 석양이 지는 시각 운동을 한다. 요즘 복숭아가 제철이다. 1파운드에 1.99 불 하는 넥타린의 과즙이 입안에 퍼질 때 행복을 느낀다. 세일할 때 1개 가격은 1불. 그러니까 1개를 둘이서 나눠 먹으면 50센트다. 아들과 나 둘이서 매일 50센트의 행복을 맛본다. 매일 산책하고, 맨해튼 나들이하고, 운동하고, 글쓰기 하고 집안일하며 하루가 지나간다. 잠시도 고민과 권태에 빠져들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다. 매일 하루 1만 보 내지 1만 5 천보 이상을 걷고 있다. 작열하는 폭염 속에서 맨해튼 거리를 걷다 바람이 불어와도 행복하다. 무더운 여름은 바람과 그늘이 참 좋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나의 최선을 다하고 소소한 기쁨을 찾는 것이 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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