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팔월이 되면

by 김지수

해마다 팔월이 되면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꽤 오래전 매미가 울고 태양이 작열하는 팔월 초 아무것도 모르고 이민 가방 몇 개 들고 아는 사람 한 명이 없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의 새로운 항해가 시작되었지만 풍랑은 거칠고 거세기만 했고 거센 폭풍과 쉼 없이 싸워야 했다. 아무도 없는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은 고통의 시작에 불과했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뉴욕 맨해튼이 대학 시절 꿈꾸던 보물섬이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간다고 하니 모두가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다. 정말 어렵게 뉴욕에 왔다. 텅텅 빈 방에 이민 가방 내려놓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필요한 최소의 가구를 채우는 것도 몹시 힘들었다. IKEA에서 조립 가구를 구입해 두 자녀가 사용할 침대와 책상과 서랍장을 완성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고 어린 두 자녀가 매일 눈만 뜨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사를 돌리며 가구를 조립했다. 당장 덮고 잘 이불도 없으니 이불과 냉장고 등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차 없이 생활이 몹시도 힘든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사니 차를 구입하기 전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땡볕 아래 오래오래 걸어서 세탁을 하러 가고 장을 보러 갔다.


어린 두 자녀와 내가 낯선 괴물 언어로 공부를 하니 하루하루 죽음 같은 시간이 흘렀다. 절망과 슬픔 속에서 오로지 희망과 꿈을 찾아 뉴욕에 왔지만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눈물과 고통 속에서 꽃이 피는가. 고통 속에도 쉼 쉬기도 힘든 나날이 지속했는데 우리 가족에게도 영화 같은 순간도 찾아왔다.



딸은 고등학교 시절 여름 방학 동안 예일대, 콜럼비아 대학과 버클리 대학 등에 서머 캠프를 갔고 아들도 명성 높은 음악 캠프에 참가했다. 정경화, 조슈아 벨, 이작 펄만과 요요마 등 명성 높은 음악가들이 참가했던 Meadowmount School of Music 여름 캠프. 또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재능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맨해튼 음대 예비학교에 다녔다. 딸은 런던에서 대학 1학년을 보내다 어려운 집안 형편이라 뉴욕에 옮겨왔고 대학을 졸업 후 보스턴 캠브리지 하버드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다 그 후 스탠퍼드대학 연구소로 옮겼다. 나 역시 눈물 속에서 공부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인 회사와 대학 연구소에서 일하니 마치 영화의 주인공 같았다. 미국인 회사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맨해튼 한인 타운에서 점심 식사를 하니 얼마나 감개무량하던지 그 추억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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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O8ze6E0PunMFQqKWDhSeBbjfU 그림처럼 예쁜 보스턴 찰스 강


딸 덕분에 보스턴이 제2의 고향처럼 친숙해졌다. 딸이 서부로 옮기기 전 아들과 난 매년 보스턴에 방문했다. 하버드 대학 교정도 거닐고 하버드대 미술관과 보스턴 미술관과 갤러리에도 방문하고 보스턴 심포니 공연도 보고 찰스 강에서도 산책하고 미국 동부 최고 휴양지 케이프 코드에도 다녀왔다. 아들이 참가하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서 천재들의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감상하면서 얼마나 기뻐했던가. 얼마나 꿈같은 순간인가.


꽃은 피고 지고 우리 가족에게도 슬픔과 행복은 쉼 없이 교차했고 끝없는 시련 속에서 꿈과 희망을 키우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연구소 그만두고 맨해튼 나들이를 하다 뉴욕이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란 것을 알게 되었다. 뉴욕은 축제의 도시다. 에너지와 생기와 열정 넘치는 매혹적인 도시 뉴욕은 매일매일 새로움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뉴욕 교통 카드 하나와 커피 한 잔과 맨해튼에서 보물을 캐내며 기쁨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가 찾아와 뉴욕이 잠들어 버렸다. 다시는 다시는 코로나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 더 가슴 아프다. 그때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고 뉴욕 문화를 즐겼다. 팔월이 되면 기다리는 축제가 너무나 많다.



우리 가족이 사랑하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축제 팬 위크는 무료다.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들이 참가하는 유에스 오픈 축제도 팔월에 열린다. 본선 경기가 열리기 전 예선전이 열리고 무료다. 집에서 경기장까지 무척 가깝다. 아들과 함께 매년 여름이 되면 테니스 경기를 보러 가곤 했다. 감격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우리들 마음도 흥분된다.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등도 가까이서 보았다.


환상적인 뉴욕 배터리 댄스 축제 The Battery Dance Festival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 시티에서 열리는 배터리 댄스 축제도 정말 볼만 하다. 또 뉴요커가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재즈 축제가 열린다. 미국의 화려한 번성기 <위대한 개츠비> 시절을 떠올리게 한 한여름의 멋진 축제. 밴드 음악에 맞춰 멋진 의상을 입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영화 같다.



FU8roIuwtEhaKfD_0CZJs1Je_RY 매년 여름에 열리는 아웃 오브 도어스 축제는 무료다.


문화 예술의 요람 링컨 센터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또 하나의 축제 Lincoln Center Out of Door Festival이 있다. 배롱나무 꽃 피는 공원에서 축제를 보면 기분이 하늘로 두둥실 날을 듯 좋고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는 시간이다.

VRmjXwHaAYHWX8Ab2jpnVALxbwo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오페라 축제, HD Summer Festival


매년 8월 말에 무료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HD Summer Festival을 보러 저녁 시간이 되면 아이스크림 먹으며 강아지 데리고 온 오페라 팬들도 많다. 야외에서 보는 오페라 축제가 참 좋다.



VsSG-6Zc1Ut-ZFGMcXHeLgMjmxo Tompkins Square Park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


팔월에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의 소박한 공원 톰킨스 스퀘어 파크(Tompkins Square Park)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 역시 명성 높다. 이스트 빌리지는 시인, 음악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살았고 유명한 재즈 음악가 찰리 파커도 공원 근처에 살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셰익스피어 연극 축제도 정말 좋다. 무료 공연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새벽부터 일찍 공원에 도착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뉴요커의 뜨거운 정열에 놀라곤 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연극을 보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 외도 센트럴파크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열리는 탱고 축제도 멋지고 여름날 뉴욕시 공원에서 열리는 서머 스테이지 역시 볼만 하다. 축제의 도시 뉴욕이 코로나로 잠들어 버려 지난 시절이 꿈만 같다.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지난 시절이라서 더욱더 그리운 지난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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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n_7244c23qWrTrAmaEsWe_cT18 거버너스 아일랜드 가는 페리에서 본 전망도 멋지다. 마치 나도 여행객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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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너스 아일랜드 Jazz Age Lawn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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