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 않는다. 뉴욕이 멈췄다. 왜 코로나가 찾아와 지구촌을 울음바다로 만들었을까.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작하는 T.S. Eliot의 <황무지> 시가 올봄 유독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 무렵이면 경제활동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뜻을 비쳤지만 지금 시점으로 보자면 불가능할 거 같다. 부활절 무렵 맨해튼 록펠러 센터 채널 가든도 멋지고 5번가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쏟아져 나온 멋진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빈부 차이 심한 뉴욕은 상류층 애완견이 홈리스 보다 훨씬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완견도 화려한 장식을 하고 온 부활절 모자 퍼레이드를 내년에는 볼 수 있을까.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매년 4월 말경 벚꽃 축제가 열린다. 상당히 규모가 큰 행사인데 멋진 의상을 입은 뉴요커들이 찾아오는 행사라서 뉴욕 분위기를 진하게 느끼는 축제인데 올봄은 축제를 구경하기 어렵겠다. 식물원 겹벚꽃이 무척 예쁘다. 수선화 물결이 춤추는 언덕과 튤립 꽃도 그립다. 눈부시게 화려한 센트럴파크의 벚꽃도 그립다. 귀족들이 사는 맨해튼 산레모 아파트가 비치는 센트럴 파크 호수 근처 벚꽃이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다.
매년 봄에 열리는 뉴욕 식물원 난초 축제와 메이시스 백화점 플라워쇼도 빼놓을 수 없다. 그윽한 난초 향기 맡으며 산책하는 기분은 천상 아니겠어. 난을 무척 사랑하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축제다.
맨해튼 거리 화단은 또 얼마나 예뻐. 형형색색의 예쁜 색의 꽃들이 피어나 희망을 노래한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피어나니 얼마나 희망적인가. 맨해튼 거리가 황금빛 수선화 물결로 덮칠 때 윌리엄 워즈워드의 <수선화> 시도 뉴욕에 와서 느꼈다. 한국에서는 수선화를 자주 볼 기회가 드물었다.
링컨 센터에서 메트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고 카네기 홀과 줄리아드 학교와 맨해튼 음대에서도 거의 매일 공연을 보곤 했던 아름다운 4월이 그립다. 뉴욕이 잠들지 않는 도시란 것도 늦게 늦게 알았다. 장님처럼 살다 늦게 늦게 뉴욕에 눈을 떴는데 뉴욕이 잠들어버려 난 추억 속에 잠긴다.
수많은 뮤지엄과 갤러리들이 있는 뉴욕 맨해튼. 뮤지엄과 미술관 입장료 비싸니 항상 무료 또는 기부금 입장을 하는 시간을 이용해서 보곤 했다. 항상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들도 얼마나 많은가. 나의 열정이 얼마인가 알고 싶은 뉴욕. 뿌리면 뿌린 대로 더 많은 것을 관람할 수 있는 뉴욕을 사랑한 사람이 많다. 매년 봄이면 세계적인 아트 경매장 록펠러 크리스티와 소더비에 가면 그림 구경도 하고 세상 구경도 하고 상류층 삶도 엿본다. 직원은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비싼 카탈로그는 그림을 구매할 거 같은 분들에게 주더라. 그러니까 직원들 눈치가 수준급이다. 나야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하니까 전시회 관람이 무료니까 가끔씩 구경하러 갔는데 닫혀버려 너무 슬프다. 나의 사랑스러운 놀이터가 사라졌으니까. 뉴욕은 세상 구경도 하고 보고 배우고 노니 얼마나 좋아.
내가 사는 플러싱의 봄도 무척 예쁘다. 목련꽃과 벚꽃과 사과나무 꽃 향기 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지난 시절 추억이 그립다. 라일락꽃 향기가 날리는 아름다운 사월. 내 가슴은 얼마나 뛰었는가. 잠에서 깨어나라 뉴욕! 아름다운 뉴욕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