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팔월 매일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지하철을 타고 뉴욕 여행을 떠났다. 뉴욕 여행 총경비는 하루 커피 한 잔과 교통 카드와 불타는 정열.
고급 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면 형편에 따라 살아야 하니 매일 델리 가게나 아니면 맥도널드에서 핫 커피 한 잔 사 마셨다. 델리 가게 커피는 1.25불 정도, 거리에서 파는 커피도 1.25불, 맥도널드 커피도 약 1.3불(장소마다 약간씩 다르더라). 1주일 무제한 교통 카드는 33불. 그러니까 나의 1주일 용돈은 커피 값과 교통비 합하면 약 5만 원이 들었다(41.75불, 1불 1180원으로 계산).
식사는 항상 집에서.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 아니고 특별한 일 아니면 언제나 집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브런치 먹고 저녁 식사하기 전 집에 돌아오는 일과가 반복되었다. 하루 1만 보 내지 1만 5 천보 걷고 브루클린 답사는 편도 약 2 시간 정도 걸리고 매일 글쓰기 하고 운동을 했다.
뉴욕 부자라면 돈을 펑펑 쓸 텐데 어느 날 갑자기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사니 삶이 끝도 없이 복잡하다.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른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즐겁게 산다.
슬픔 가운데 삶은 지속되지만 행복을 찾아야지. 조수미가 부른 명성 황후 OST에 흐르는 <나 가거든> 노래 가사에도 "슬픔 속에서도 행복했다 믿게"란 부분이 나온다.
나 가거든
쓸쓸한 달빛 아래, 내 그림자 하나 생기거든
그땐 말해볼까요 이 마음, 드러나 주라고
문득 새벽을 알리는, 그 바람 하나가 지나거든
그저 한숨 쉬듯 물어볼까요, 나는 왜 살고 있는지
(후렴)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 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나 슬픔까지도 사랑했다
말해주길...
===( 2 절 )===
흩어진 노을처럼, 내 아픈 기억도 바래지면
그땐 웃어질까요 이 마음, 그리운 옛 일로
저기 홀로 선 별 하나, 나의 외로움을 아는 건지
차마 날 두고는 떠나지 못해, 밤새 그 자리에만
(후렴)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나 슬퍼서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 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나 가고 기억하는 이, 내 슬픔까지도 사랑하길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하는 이, 나 슬픔 속에도 행복했다
믿게...
정열 없이 새로운 세상도 열리지 않더라. 무에서 시작하니 평생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이뤄진 것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복이 많은 사람도 있더라만 난 아닌데 어떡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너무나 많고, 조금씩 이뤄지는 것도 있었다. 뉴욕 여행이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세계 여행이 어렵고 힘들어졌지만 뉴욕에 사니까 언제든 지하철만 타면 낯선 동네 구경은 할 수 있다.
다인종이 사는 뉴욕이니 나의 호기심은 잠들지 않는다. 비싼 렌트비 내고 집에서 갇혀 지낸 게 말이 안 된다. 물론 코로나가 무섭다. 운동선수도 걸리고 대통령도 걸리고 영국 수상도 걸려 죽다 살아남았다고 하더라. 세상에 코로나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 어차피 목숨은 하늘의 뜻. 삶도 내 맘대로 되지도 않고 하늘의 뜻이나.
나의 한계 안에서 조금씩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 것이 아니면 아무 필요도 없는데 남을 부러워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내 삶도 복잡하니 남의 일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미워하고 싫어하고 증오할 에너지도 없다. 또, 타고난 성품이 그런 사람도 아니다. 다 가지고도 불행하게 사는 사람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평생 남을 미워하고 혐오하면서 불행을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더라. 왜 그렇게 사니? 우리네 생이 얼마나 짧아. 난 축제를 좋아한다. 잠시 생의 무게를 잊어버리니까.
정열은 스스로 만든 거나, 아니면 신이 준 선물이나. 평생 고통 속에서 살면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저절로 정열이 생겼을까. 가진 게 정열 밖에 없으니 정열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야지. 지옥 같은 현실에 가만히 앉아서 한숨만 푹푹 쉰다고 해결되지 않고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더더욱 답답하고 심장은 터질 거 같다. 매일 맨해튼 나들이하며 보물을 캐다 집콕 생활을 하니 폭발할 거 같았다. 뉴욕의 심장 센트럴파크에 가니 89세 할머니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 정말 살아있는 도인이다. 귀한 분을 만나면 행복하다.
문화 예술의 도시 뉴욕이 잠들어서 공연 예술을 관람할 수 없지만 낯선 동네가 어떤 모습인지 몹시도 궁금했다. 나의 궁금증을 해결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 용기를 내어 마스크 착용하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과 브루클린 답사를 했다. 뉴욕에 살면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아주 낯선 지역 브루클린 선셋 파크, 베이 리지, 카나지, 베이포드 스타이브센트 등에도 방문했고 산책하기 좋은 브루클린 덤보와 브루클린 하이츠와 윌리엄스버그 동네도 방문했다. 여기저기 방문하고 나니 그제야 플러싱도 괜찮은 동네란 것도 알고, 맨해튼에서 머니까 상당히 불편하지만 공기도 좋고, 동네 공원도 좋고, 한인 마트가 가까이 있어서 편리하다. 우리 가족은 한식을 사랑하니 한인 마트에 자주 가는데 좀 비싸서 문제다.
참 오래전 세계 여행도 자유롭게 했는데 어쩌다 삶이 이리 복잡하게 변했는지. 트렁크 하나 들고 런던, 파리, 프라하, 베를린, 하이델베르크, 로마, 베니스, 시드니, 빼이징, 동경, 방콕 등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던 때가 그립다. 그때는 훗날 내가 뉴욕에 와서 살게 될 거라 몰랐다. 운명의 회오리바람 속에 들어가니 폭풍은 쉬지 않고 불더라. 마음이야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한다. 하얀 눈 펑펑 내리는 알프스 설원도 구경하고 라벤더 꽃 향기 가득한 프랑스 프로방스도 구경하고 모나코에도 가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그리스 섬에도 여행을 떠난다. 상상이야 무얼 못해.
현실 앞에 굴복하고 살지만 꿈꾸고 도전하고 노력해야지. 비록 뜻대로 되지 않지만 나의 최선을 다해야지. 언젠가 무덤 속에 들어갈 텐데 매일 즐겁게 살아야지. 언젠가 사형수 같은 의무가 끝나면 자유로운 날이 올까. 성경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라는 구절이 있다. 무엇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아름다웠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