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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Nov 24. 2023

전담 수업을 안 보냈습니다


저희 반에는 다문화 친구가 있습니다.


다문화 친구는 저희 반 29명 중에 11명입니다. 10명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입니다. 저희 학교에는 통역 선생님도 계시고 안내장도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나누어줍니다. 그래서 점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전학을 옵니다. 다른 학교들은 정원이 줄어 걱정이라는데 저희 학교는 교실이 없어 걱정입니다.



10명의 러시아어 친구 중 3명은 남자 친구들입니다. 3명 모두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친구들입니다. 2명은 한국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고 1명의 친구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없는 금쪽이입니다. 의지가 없어 한국어가 늘지 않고 모든 활동에 의지가 없습니다. 그 친구가 본국에서 학교생활을 했다면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처럼 무기력한 학교생활을 하지 않을 텐데 안타까울 뿐입니다. 


체육시간은 3교시입니다. 2교시 마치고 복도에 줄을 서서 체육관으로 출발 준비를 합니다. 금쪽이는 교실로 다시 들여보냅니다. 지난 체육시간에 금쪽이는 체육 선생님 말씀을 안 들었습니다. 강당 바닥에 힘들다고 누워버렸습니다. 공으로 친구들을 위협했습니다. 금쪽이를 말리는 친구들에게 욕도 했습니다. 수업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습니다.(힘들다고 타고 옴)



금쪽이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수업 방해가 된다면 전담 수업을 안 보내기로 했었습니다. 담임인 제가 데리고 수학 학습지를 풀기로 약속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저와 수학 학습지를 풀어야 하는 날입니다. 혼자만 교실에 남아 수학 문제를 풀려니 입이 주먹만큼 나왔습니다. 불러도 대답도 안 합니다. 학습지에 낙서만 합니다. 5분을 지켜보았습니다. 



선생님 책상 옆으로 학습지를 가지고 오라고 불렀습니다. 세 번 부르니 가지고 나옵니다. 옆에 앉히고 1 문제만 동그라미를 칩니다. 


"이것만 풀어보자"


4학년 곱셈 문제입니다. 한글이 한 글자도 없는 곱셈 문제지입니다. 


드디어 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세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입니다. 정답입니다. 1학기에 가르친 것인데 아직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3문 제 만 풀어보자" 3문제에 동그라미를 칩니다.


이번에도 3문제 모두 정답입니다.


"오호 잘했어!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이번에는 4문제 풀어보자"


4문제 모두 맞았습니다. 사실 속으로 놀랐습니다. 한국어가 안 돼서 그렇지 계기만 있으면 참 잘할 친구입니다.



시계를 보니 체육수업이 15분 남아있습니다.


"체육 가고 싶어?" 물어보았습니다. 


"네, 가~고, 싶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욕하지 말고,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알았지?"


"네"



금쪽이를 체육관으로 보내고 혼자서 생각을 해봅니다. 다문화 친구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저희 학교 같은 소수의 다문화학교의 문제입니다. 곧 많은 학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인구는 줄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울 것이고 그 자녀들도 모두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요. 다문화 친구와의 가장 어려운 점은 소통의 문제입니다. 소통의 문제로 시작해서 학습의 문제, 생활지도의 문제, 적응의 문제까지 발생을 하게 됩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1년여 동안 한국어를 배우며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갖는 예비학교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도 듭니다.



금쪽이가 체육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회장을 불러 살짝 물어보았습니다. 오늘은 금쪽이가 욕도 안 하고 계단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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