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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여행기(3)

# 따뜻한 인연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 따뜻한 인연

웅석봉 헬기장에서 잠시 쉬고 길을 가려는데 발아래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놀란다.

나도 놀라고, 뭘까? 우리는 서로 째려보게 되었다. 허, 뱀이다.

산을 그렇게 다녀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온몸이 굳어지는 느낌이다. 고맙게도 뱀이 살며시 지나간다.

나중에 친구에게 사진 보여주니 독사라고 한다. 그 상황에서 사진을 찍었냐며 친구에게 혼나고, 놀란 가슴으로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가는 임도에서 등산복 차림의 중년남성 4명이 과일과 간식을 나누며 쉬고 있었다.

올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 역시 내가 첨이라고 한다.

혼자서 대단하다면서, 그들은 인근에 친구의 별장이 있어서 왔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한 동생과 같은 지역 분들이다.

동생과 통화를 하고 동생은 “누님 잘 부탁드려요” 한다. 세상은 참 좁다.

그들은 웅석봉 정상까지 갈 예정으로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백운계곡까지 가야 해서 인사 나누고 헤어졌다.

일행 중 연장자인 분은 코로나로 숙소 구하기 힘들 거라며, 내려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다.

길에서 따뜻한 인연들이 계속 이어진다.

운리에서 덕산 구간으로 가는 길, 여기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 둘레길은 혼자서 걷는 길이라 더니, 정말 철저하게 혼자 걷게 된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처음 숲길을 걸을 때 느꼈던 두려움은 점점 옅어졌다

.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물소리, 풀 소리 등, 참나무 숲길이 나의 맘을 이끌었다.

그렇게 행복하게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 산길에서 만난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분들도 이제 하산했다고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 전화였다.

“다 되어 가고 있다” 하니 그들은 20킬로 가까이 되는 거리에서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고생했다며 숯불에 고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인장은 내게 방을 양보하고, 친구들과 함께 거실에서 주무셨다. 다음 날 새벽, 친구들이 떠나고, 주인장은 직접 라면을 끓여주시며,

비가 많이 오는데 꼭 가야겠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조심하라고 하시며,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다. 그 따뜻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났다. 비가 많이 와서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지만, 그 길은 또 다른 선물을 주었다.

#지리산둘레길#길#인연#추억#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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