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부터 일을 했고,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했던 나는
무엇이든 늘 속도를 내어 빠르게 해내야 했다.
그때는 밥을 짓는 일에도 마음을 얹을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이 가져다주신 김치나 반찬에 의지했고,
내가 직접 하는 요리라야
간단한 반찬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도 큰아들과 작은아들은 말한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어.”
그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일을 하는 엄마로서,
‘밥상’은 단순히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의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수업은?”
“친구들은?”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던 그 시절
그 밥상은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침 식탁은 늘 전쟁터가 되었다.
“한 숟갈이라도 먹고 가라.”
“괜찮아, 안 먹어.”
밥보다 잠을 선택하던 작은아이와의 아침은
늘 실랑이로 시작되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꼭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외식을 하든, 집밥을 먹든,
그 시간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그 시간조차 점점 짧아졌다.
밥상 위의 대화는 줄어들었고,
대신 짧은 눈인사나 미소로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그 조용한 식탁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밥 한 그릇, 국 한 숟갈,
그 속에는 여전히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결혼한 큰아들이 집에 오거나,
작은아이가 오면 나는 되도록 냄비밥을 하려고 한다.
며느리는 웃으며 말한다.
“어머니, 냄비밥은 어려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웃는다.
예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해주지 못했던,
그 따뜻한 냄비밥을
이제라도 정성껏 해주고 싶다.
타지 생활에 익숙해져
늘 외식에 길들여진 작은아이에게도
집밥의 맛을,
엄마 손의 온기를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다.
냄비밥이 조금 타더라도 괜찮다.
그 냄새 속엔
오랜 시간 쌓여온 가족의 추억이 배어 있으니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가족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다정한 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