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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고 소심했던 한 여성의 길 이야기(1)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나는 현재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과 매월 주말,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얼마 전, 회원들과 단합대회를 간 자리에서 한 회원이 갑자기 손을 들며 질문했다. 리더님은 어떻게 길을 걷게 되셨나요? 겁도 많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산을 오르고 절벽을 오르나요?이다. 그 말에 난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간단히 답했지만, 그 질문은 그 후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다.


겁 많고 소심한 내가, 어떻게 혼자 길을 걷고 혼자 산을 가게 되었을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 시간 속에서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동분서주하였으며, 언제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늦깎이 학업을 시작했다. 그 시간 속에서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려 애썼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나는 길을 잃었다. 직장에서 상사와 업무적으로 부딪혔고 새로운 업무만 도맡아서 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최대치에 달했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들이 생기면서,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모든 것이 자신이 없었다. 그 시간 속에서 만난 것이 ‘해파랑길’이었다.


난생처음, 온라인 커뮤니티를 검색해 보고, 동호회 회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 마을길 등을 이어 구축한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진 750km의 걷기 여행길이다. 내 고향이 부산이라 출발점은 낯설지 않았지만, 혼자서 길을 걷는다는 사실은 여전히 두렵고 무서웠다.

처음에는 완주보다는 부산 구간만이라도 걷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차 동해바다가 내 발걸음을 이끌었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포항 구간까지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강원도로 갈수록 당일 여정은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에 도착한 뒤, 걷고, 또 당일 저녁 심야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방식으로 했다. 최대한 당일에 귀가하려 했지만, 어느 날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어쩔 줄 몰라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에쿠, 거기까지 갔으면 하루 더 편하게 있다가 오세요"라고 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본의 아니게 생애 첫 외박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3일간 걷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나는 온전히 '길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간은, 이제껏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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