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함께 걷는 기쁨

: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 걷는 길

by 그라미의 행복일기

나는 오래전부터 길을 걸었다.

퇴직 전에도 매달 한두 번, 주말이면 회원들과 함께 해파랑길을 걸었다.
그때는 늘 시간이 부족했다.
주말을 쪼개어 계획을 세우고,
급히 내려가 걷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나는 늘 ‘길의 힘’을 느꼈다.
걷는 동안 사람들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삶의 매듭을 천천히 풀어가는 듯했다.


퇴직 이후, 나는 결심했다.
‘이제는 주말에만 걷지 않겠다.’
그래서 주중에도 함께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한 동호회 활동이 아니라,
삶을 함께 배우고 나누는 길 위의 배움터로.

이제 우리의 발걸음은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을 넘어
지역의 길, 마을의 길, 그리고 전국의 둘레길로 향하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을 만난다.
걷는 사람의 수만큼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어제도 길을 걸었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한 회원이 내게 말했다.
“리더님, 오늘은 단순히 걷는 게 아니라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길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웃음이 났다.
길을 걷는 건 늘 같은 행위지만,
그날의 마음과 함께한 사람에 따라
그 길의 의미는 매번 달라진다.
아마 그날의 그분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함께 걷는 기쁨’을 여행처럼 느낀 게 아닐까.


3년 전부터 꾸준히 함께해 온 회원 한 분이 있다.
그는 처음엔 잘 걷지도 못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포기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는 누구보다 씩씩하게 걸으며
이제는 다른 회원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되었다.

며칠 전, 그분이 내게 조용히 말했다.
“리더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이 길을 걸으며 저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가운데
작은 불빛이 켜지는 듯했다.
그동안의 모든 수고와 땀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저 함께 걸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 따뜻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니 —
그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길 위에서는 늘 배운다.
날씨가 바뀌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누군가 지치면 기다림의 미덕을 배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속도로 걷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맞추는 법’을 배운다.


걷는 리듬은 삶의 리듬과 닮아 있다.
빠르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함께 가는 시간의 온도다.


퇴직 이후의 삶은,
결국 ‘혼자 잘 걷는 법’이 아니라
‘함께 걸으며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시간 같다.


길 위의 대화 속에서 나는
사람을 배우고, 계절을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걷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길 위의 바람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건네고,
그 속에서 나의 하루는 다시 피어난다.


혼자 걸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함께 걸으면 마음이 넓어진다.


이제 나는 안다.


길이란 단지 도착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다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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