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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만 Jan 09. 2022

동물단체 활동가 친구의 한마디, 참담함을 느꼈다

폭력과 죽음을 마주하는 활동가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 절실


참깨와 함께 살게 된 이후, 새로 생긴 습관 중 하나는 포털 사이트에 '반려동물', '고양이'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참깨의 작은 움직임에도 '어디 아픈 건 아닐까?' 하며 걱정하기 바빴던, 집사 경험치 0인 나 때문이었다. 

검색을 통해 접하게 된 정보는 다양했다. 다른 집사들의 경험을 공유받으며 참깨의 발톱을 정리하고, 고양이의 귀와 꼬리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참깨의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검색에 푹 빠졌던 내가 요즘엔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기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다. 

"학대 정황 고양이 잇따라 발견." 

고양이에 대한 정보들로 반가워하는 가운데 내가 반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고양이 학대 사건이었다. 전국 곳곳에서 고양이는 너무나도 끔찍한 학대 피해를 겪고 있었고, 이러한 학대 소식은 다른 날짜로, 계속해 보도되고 있었다. 학대받는 고양이'들'이었고, 학대 피해를 받은 정황은 슬프게도 다양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참담했다.
                       


▲  물끄러미 바라보는 참깨 ⓒ 조혜민




나도 이 현실에 일조한 게 아닐까 



이러한 소식 앞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는 동시에 나 또한 '무책임한 사람1'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봤다. 우연히 로드킬을 마주할 때, 나는 마음이 착잡했지만 부끄럽게도 그 자리를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리곤 하루종일 깜깜한 골목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하루를 보냈다. 사람 역시 '동물'인데 본인보다 힘이 약하고 작다는 이유만으로 한 생명을 다치게 하거나 학대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현실, 이 참혹함에 나의 무책임도 일조한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때마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이 떠올랐다. 나처럼 외면하기에 바쁜 사람들을 등지고 그럼에도 한 발 다가가서 손을 내밀고 동물들을 위해 행동에 나선 활동가들 말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학대가 끊이지 않는 참담한 상황에 그들이 '괜찮을지' 걱정스러웠다. 



7년 전 일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한 친구가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하며 영상 편집을 맡았다고 했다.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다 간만에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친구의 얼굴이 어두워졌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 친구는 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이 담긴 신고 영상을 받아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해당 영상을 편집하고 모자이크 처리해서 언론사 등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기 위해 친구의 활동은 너무나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참담함, 그 이상의 감정에 시달렸다. 퇴근한 이후에도 바다코끼리를 발로 때리는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고, 꿈에는 동물 사체가 나왔다고 한다. 그 친구는 심리적인 고통을 단체 동료들에게 호소했지만, 도움을 요청한 '첫 활동가'가 되었을 뿐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 친구는 동물보호단체 활동을 그만두었고 한 협동조합의 도움을 받아 트라우마 치료를 받았다. 



나, 그리고 우리 사회는 과연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었던 걸까. 이제야 반문하게 된다. 활동가의 선의에 기대어 참담한 현실의 무게를 떠넘긴 것은 아닌지 말이다. 다른 동물보호단체 활동가 역시 인터뷰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에 동물들을 구조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찰나에 이미 도살된 동물들을 마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홀로 두려워하지 않도록 



6년 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기 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던 건 당사자의 고통을 마주하며 '그럼에도' 활동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눈 앞에 마주한 피해가 너무나도 참담하기에, 그 현실 앞에 활동가의 삶은 '당연히'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상황 역시 두려웠다. 이 같은 두려움을 덜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엔 활동가가 느낄 감정을 다독이는 온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  전기요 위에서 깊이 잠든 참깨 ⓒ 조혜민



다행스럽게도 활동가에 대한 다양한 지원들이 공익재단과 협동조합의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 곁을 지키는 활동가들의 마음 건강 검진을 지원하거나, 소진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쉼과 재충전을 지원하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활동가에 대한 국가 또는 지자체 차원의 안정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에 관한 지원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아닌 '피해 동물'의 곁을 지키는 활동가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고, 다양한 지원들이 고민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 학대라는 상황을 마주하고 사회에 고발하는 활동가들에게도 따스한 손길이 미치길 바라며, 그들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치료가 이뤄지고 회복의 시간이 보장되길 바란다. 또한 이것은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활동가의 '노동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임을 단체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책임 있게 인지했으면 한다. 



며칠 전,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했던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 '당시 네가 겪었던 고통을 이제야 조금 알겠다'는 나의 말에 수긍하며 그는 한 가지를 덧붙였다. 



"길고양이들을 지키는 시민들에 대한 지원도 고민되면 좋을 것 같아. 깨진 유리 조각을 사료에 넣는 이웃들과 싸우고,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챙기면서 보이지 않는 돌봄을 동네에서 하고 계시거든. 네 말을 들어보니 활동가만큼이나 이분들 역시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하고 계실 것 같아."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노력 덕분에 길고양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게 참깨라는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준 건 오늘도 동물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시민, 활동가들 덕분 아닐까. 참깨와 함께 그분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ฅ^•ﻌ•^ฅ"


(본 글은 2021년 11월 19일,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를 통해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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