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치앙마이 단상
04화
치앙마이, 단상 4
거울, 코워킹 스페이스, 호텔 조식
by
구슬주
Sep 14. 2022
거울
책상 앞에 큰 거울이 있다.
호텔에 있는 책상 용도는 업무용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화장도 하고 물건을 두는
선반 역할도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집에는 거실에 전신 거울이 한 개 있고,
방에는 책상에 화장하거나 기초 스킨케어할 때
필요해서
작은 손거울이 하나 있다.
여자치고는 거울이 없는 편이고,
또 거울을 물건으로서,
보는 행위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는 내가 못생겼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남자애들이 못생겼다 놀렸고,
그 뒤로는 '얼굴은 그래도, 착하잖아.'라는 말에
내가 얼굴이 그렇구나라는걸 알았다.
내가 깨닫기보다는 남들의 말에서
깨우치게 되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졸업 후 사회 나와서도
누군가를 짝사랑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애는 나를 안 좋아했고.
내가 싫어하는 애도 나를 안 좋아했다.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했다.
주변에 친구들이 성형을
한 명씩 할 때마다 같이 다녔고,
3개 사면 10% DC 같이 나도 수술하면
할인해 준다고 꼬셨다.
그럼에도 의사로부터 여기를 고치면 지금보다 낫다.
라는 표현을 들었다.
(의사도 예뻐진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지금보다 나아진다고 했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내 입장에서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말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농담으로 미인으로 거듭나는 방법은
다시 태어나는 길 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견적을 들었을 때는...
차라리 아빠 차를 바꿔드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거금이었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의료 소송으로 고생하는
지인의 말을 들은 후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다.
성형수술은 그 이후도 지금도 생각 안 했다.
그런 외모 콤플렉스는
20대 후반 유럽에 가서 스스로 치유되었다.
내 얼굴은 그대로인데,
내 생각과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4개월 머물렀던 유럽에서
내가 미드에서 봤던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남자들한테 데이트 신청을 많이 받았다.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길거리에서, 영어 학원에서..
그때 거울을 많이 봤다. 예뻐 보이고 싶었고.
내가 예뻐 보였다.
그런 마술 같은 시간은
내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바뀌었다.
거울을 안 보는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고,
얼굴이나 치아에 뭐가 묻었는지만 보는 용도로 사용했다.
다시 외국인 태국, 치앙마이.
체육관에서도, 글 쓰러 가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도
만나서 이야기하는 사람한테
호감이 듬뿍 담긴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지금 다시 거울을 자세히, 자주 본다.
코워킹 스페이스
우리나라에서는 스카(스터디 카페)에
100시간, 200시간 결제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갔다.
규모가 있는 도서관은 집에서 멀었고,
작은 도서관은 작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치앙마이에는 스터디 카페는 없다.
교육열을 봤을 때 조만간 생기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치앙마이는 디지털 노매드의 도시라고 불린다.
운동하거나 놀러 왔을 때는 와이파이 속도가 중요하지 않아서 그러려니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일을 하면서
머문 이 도시의 인터넷 속도는
줌(Zoom)으로 수업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가
느려서 참 난감했다
내가 머무는 곳이 호텔이라 와이파이 속도가
사람들 말대도 지저분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저렴한 물가로
노매드들이 살기 좋은 도시인 거는 알겠는데
왜 디지털이 붙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지금은 수업을 최대한 줄이고,
돈은 안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지금 올드시티에 머물고 있다.
모던한 님만해민 쪽으로 가면 상업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올드 시티는 말 그대로 시가지가 올드하다.
그래서 서양 노인 할아버지들 커뮤니티가 단단한지
내가 머무는 곳, 밥 먹는 곳 모두 나이 많은 할배들과
젊은 태국 여자들이
많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쓰겠지만.
이들에 대해 난 어떤 반감도 없고,
과한 애정표현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그나마 내 또래를 볼 수 있는 곳이 코워킹 스페이스다.
난 지금 두 군데를 다닌다.
1. Heartwork
내가 머무는 호텔하고 가깝다.
도보로 10분이 안 걸려서
아침 먹고 슬리퍼 끌고 가서
커피 하나 주문해서 앉아있는다
대부분이 외국사람들이라
일하는 분들 모두 영어를 잘하고,
음식과 커피도 깔끔하다.
생각보다 좌석이 많지는 않지만,
개인 공간이 나눠져서
나 같이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딱이다.
음악이 크지 않게 나오는데,
일하는 여자분이 한국을 좋아해서
가끔 한국 노래가 나온다.
(자주 와서 그런지 여기 직원분들은 나 보면 항상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연습이 완벽을 만드다나..
이 분들 발음이 요즘 부쩍 좋아졌다.)
노래를 듣다 보면 여기가
한국에서 자주 앉아 있던 카페인지
태국인지 헷갈리다가,
창 밖에 보이는 붉은 썽태우와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로 태국임을 알 수 있다.
모든 구역을 마음대로 앉아서 사용할 수 있지만
회의실만 1시간에 100밧(4천 원)에 사용할 수 있는데
개별 공간에 화이트보드,
누워서 일할 수도 있는 공간이 돼서
회의하기 좋게 만들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고,
선호하는 자리들이 있어서 늦장 부린 날에는
내가 좋아하는 자리를 뺏긴 채
아무 좌석이나 앉는다.
요즘 늦장을 부려서 아무 좌석으로 앉았던 곳이
고정좌석이 되었다.
이 자리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는데
6명이 앉는 큰 자리라 부담되었다.
혹시 여러 명이 오면 비키라고 하면 어쩌지 싶어서.
하지만 여긴 그런 게 없는 듯하다.
단체가 와도 알아서 나눠서 앉는다.
한국에서 일부러 큰 카페 가서도
4인석에 앉으면 가끔 자리 양보해 달라는
말을 부탁이 아닌 '양심 챙겨'라는 듯 말하는
사람들도 인해 눈치가 몸에 배긴 듯했다.
지역을 이동하기 전까지 자주 올 듯하다.
2. TCDC
한국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진 디자인 도서관.
와로로 마켓에서 가깝고.
내가 머무는 곳에서 도보로 30분이 걸린다.
그래서 날씨가 우중충하니 걷기 좋거나,
와로로 마켓에 장 볼 것이 있을 때 주로 간다.
여긴 연회비가 있다.
1회 이용권은 100밧(4천 원) 1년 이용권은 이전에 600밧였다가 1200밧(48,000원)으로 바뀌었다.
대신 방콕, 치앙마이 모두 사용 가능하다고 들었다.
운 좋게 난 할인 기간에 구입해서 600밧(24,000원)에 구입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연회비 가입 설명도
한국어가 따로 기재되어 있다.
어느 날은 5명이 앉아있었는데 모두 한국인이었다.
그래서 신기해서 서로 쳐다봤다.
치앙마이 외진 도서관에 한국인들이 모여 있다니.
모든 책들이 영어로 되어 있다.
다양한 디자인 책들이 있는데,
서점에 갔을 때 읽지 못하게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
책들을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빽빽한 한글과 약간의 사진이 있는
전공서적도 안 읽었던 사람으로,
사진과 그림 위주로 된 디자인 책을 보곤 했다.
참고로 이곳은 책을 이용하는 사람보다는
개인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내는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겨울 옷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얇은 오리털 잠바하고 스카프를 꼭 챙겨간다.
맥 PC도 있어서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노트북이 무겁지는 않지만 30분을 매고 가기가
귀찮아서
공부나 일은 주로 Heartwork에서 하고,
이곳은 책 보러 간다.
특히 그림동화책이 있는데,
요즘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있다.
읽으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이런 내용이었다 말이야?
새삼 놀라면서 본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다시 알게 된 내용들이 있다.
잡지도 많아서, 이것저것 보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특히 이곳에서 보는 하늘이 예뻐서 커피 마시면서
멍 때리기 좋다.
하늘 보면서 커피 마실 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은 강도보다는 횟수라는 말에 공감했듯.
이곳이 그렇다.
조식
내가 머무는 곳은 처음에 특가가 떴을 때 오게 되었다.
3일 머물고 다른 곳에 갔는데 이곳이 자꾸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오고. 운동하러 지역 이동해서 머물다
다시 왔다.
이용할 때마다 후기를 정말 좋게 적었는데
이건 진짜 내 기분이가 좋아서 솔직하게 적었다.
그게 고마웠는지 1달 결제하고 싶은데 특가로 왔을 때
가격으로 줄 수 있는 물어봤다.
조식, 청소 모든 서비스를 포함해서 스페셜하게 할인을
해주셔서 듣자마자 바로 결제했다.
그래서 머무는데.
옆방에서 오는 소음과 가끔 들어오는 말벌만 아니면
만족도 100 이상이다.
조식을 먹는데.
메뉴가 한 개다.ㅠㅜ
며칠은 좋았는데.. 계속 먹으니 서서히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아침에 되면 내 발은 저절로 식당으로 간다.
가끔은 직원한테 인사도 안 했는데 앉고
5분 내로 세팅된 적도 있다.
음식에 조금의 변화를 주기는 하는데
아주 미미해서 그냥 주는 대로 먹는다.
잠자리나 탈것은 예민한데,
먹는 건 위생이 나빠보이거나
역한 냄새만 아니면 잘 먹어서 다행이다.
아침 운동 대부분이 조식 시간 대하고 겹친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식 먹으려고 아침운동을 안 갔는데
서서히 질리는 모양새가
이제는 그만 먹고 아침운동도 하렴 하는 듯하다.
1주일 조식 기록
할인 가격에 조식이 포함되어 의외였다.
그런데 계속 먹다 보니,
과연 몇 명이나 이렇게 같은 메뉴를 매일 아침에
먹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질려서 먹는 횟수가
줄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은 조식을 먹으면서 올드보이의 '만두'가 생각난다.
'줘도 뭐래'라는 말이 들릴 수도 있어서 불만 없이 항상 '컵굽캬~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맛있게 먹는다.
keyword
거울
스페이스
아침식사
Brunch Book
치앙마이 단상
02
치앙마이, 단상 2
03
치앙마이, 단상 3
04
치앙마이, 단상 4
05
치앙마이, 단상 5
06
치앙마이, 단상 6
치앙마이 단상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0화)
10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구슬주
직업
크리에이터
구슬주의 브런치입니다. 잊혀질지 모를 오늘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팔로워
131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3화
치앙마이, 단상 3
치앙마이, 단상 5
다음 0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