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단상 3

맛집,외국친구,태국어

by 구슬주

맛집


맛집에 안 간다.

이유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데,

맛집에는 사람이 많다.

같은 가격이라도 맛집으로 유명한 곳과

그냥 그런데 골라서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

식당 중에서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고르는 편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를 치고 많은 외국인들이

치맥을 즐기려고 한국에 왔을 때였다.

친한 호주 친구가 한국에 올 예정이라며,

치맥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장사하는 닭집 치킨은 다 맛있다고 했다.

맛없으면 운영할 수가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니까.


그럼에도 처음 받은 부탁이라 블로그에

강남에 치킨 맛집 소개 부탁드립니다.

라는 글에 친절한 이웃님들이 남겨주셨다.

친구는 그곳을 방문해서 1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너무 행복했다며 고맙다고 했다.


치앙마이에도 수많은 맛집이 있다.

후기가 좋은 곳도 있고,

사람 줄이 긴 곳이 있다.

사람도 현지인이냐 외국인이냐에 따라

가격과 음식이 다르다.

외국인이 많은 곳은

깔끔하고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면서,

영어 메뉴판에 직원들도 영어를 잘한다.


요즘은 구글 리뷰에 다양한 글이

올라와 있어서 보고 간다.


로컬 식당에서 아무거나 눈길 가는 데로 먹는 편인데,

갑자기 맛있는 마살만 커리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구글에서 검색하니 마살만 카레로 CNN 인가

외국 방송국에서 뽑은 맛집 리스트 100에

오른 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는 글을 보고

일부러 2시 넘어서 갔다.

식당은 실내가 아닌 실외,

그것도 길거리 한쪽에 테이블을 놓고 장사하고 있었다.

비가 조금 내린 후라 덥지 않아서 메뉴 보고

혼자 먹기 좋다는 <소> 사이즈 하고 공깃밥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매연 냄새가 심했다.

길 건너편에 있는 페인트 가게에 물건 사러 간 사람이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위해 에어컨을

틀어주고 갔는지 시동이 걸려있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매연에,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포장해 갈까.. 차 시동을 꺼달라고 부탁할까..

조금 고민할 때 음식이 나옴과 동시에 차는 떠났다.


그래서 오롯이 마살만 커리를 즐길 수 있었다.

어떤 맛이기에 100이라는 순위에 올랐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맛을 봤는데.

내가 얼마 전에 로컬에서 2천 원 주고

먹었던 카오소이 라는 치앙마이 유명 국수 하고

국물이 비슷했다.

그래서 다시 맛을 봤다.

비슷했다.

가격은 5배 차이가 났고,

소문도 많이 났는데. 맛이 비슷했다.

맛집도 마케팅의 영역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다 먹고 왔다. :)


외국 친구


외국 친구들은

대부분 무에타이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경우에는 만난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SNS 연결해서 일상을 보고

좋아요를 열심히 눌러주는 게 다 였다.

그럼에도 잘 사는 친구들 모습에 여행했을 때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4년 태국 빠이에서

우연하게 만난 남아공 친구가 있다.

오픈 마이크라고 아무나 마이크를 잡고 공연할 수 있는 행사에 친구가 시를 읽는다고 해서

응원하려고 행사가 열리는 카페에 갔다.

운동 끝나고 샤워하고 갔을 때

너무 늦었는지 빈자리가 없었다.

공연이 시작돼서,

앉을자리가 없으면 뒤에 서서 봐야겠다 싶을 때

혼자 온 사람한테 앞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앉으라고 웃으며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앉아서 공연을 기다렸다.


앞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메뉴를 갖다 줬다.

자기도 주문할 건데 같이 해 주겠다고.

차이 라테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서빙해 주는 직원한테 돈을 주려고 하자

앞에 있는 사람이 이미 계산했다고 해서

돈을 준다니까 싫다고 했다.


그게 그 친구하고 첫 만남이었다.

친구는 SNS을 전혀 안 해서

오로지 메일로만 연락이 된다.

그리고 먼저 메일을 안 보낸다.

내가 안부 메일을 보내면 24시간 이내에

칼 대답을 줬고 메일로 약속을 정해서 만났다.


늦장 전문인 내가 늦을 수 없는 유일한 친구였다.

메일로만 연락이 되니,

늦으면 친구가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항상 서둘렀다.


그렇게 2014년에 처음 알게 돼서,

2016년에 태국 빠이인데. 어디야?라는 메일에


-나도 빠이야.


라는 말에 만났다.

2019년, 치앙마이에 있는데,

왠지 너 태국에 있을 거 같아..라는 메일에

치앙마이라며 다음 날 만났다.

올해도 또 메일을 보냈다.

태국 어디쯤에 있니?라는 말에

지금은 남아공인데 다음 달에 치앙마이 도착해.

그렇게 다음 달인 이번 달에 만났다.

3년 만인데도 똑같았다.

그 사이 우리 둘은 메일로 연락을 안 하다.

내가 태국 올 때만 연락을 하는데,

희한하게 이 친구도 남아공에 있다가

동남아시아 올 때 내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서 긴 수다를 하면서,

나도, 그 친구도 당분간 치앙마이에 있을 거라고

서로 성향상 자주 보면 귀찮으니까

가끔 보자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신기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태국어


태국어를 혼자 공부하고 있다.

학원은 아마도 관광비자로 최장 180일간 머문 후에

비자가 필요할 때 교육 비자인 ED비자를 받을 때

학원에 다닐 듯하다.

여기서 다닐 듯하다는 ED 비자가 어학원뿐만 아니라

일부 무에타이 체육관에서도

가능해서 아직 결정 못했다.


태국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1년 근무할 때

성조와 비음이 느껴지는 언어를 접해서 부담감은

없었지만 소통하기 위해 1년간 나름 열심히 배운

내 베트남어 실력은 정말 형편없었다.

한국어에는 없는 성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말해도 못 알아들었다.

성조에 따라 뜻이 달라지니 말을 봤는데

귀신을 봤다고 뜻이 전해지기도 하니.

참 난감했다. 웃는 직원들 앞에서 서서히 주눅 들었다.


가끔은 용기가 충만할 때 베트남 거래처 직원들한테 베트남어를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참 난감해했다.

그러면 나하고 같이 지내는 베트남 직원이

내 베트남어를 이해해서 통역했다.

그러니까 내 베트남어는 같이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을 위한 언어였다.

효용이 떨어지는 건 그 직원들은

나하고 영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서 안 했다. 베트남어를.

2011년 태국에 처음 왔을 때 배울 시도도 안 했다.

베트남어는 6성, 태국어는 5성.

나한테는 10개던 5개던 다 비슷했다.

그리고 언어가 그리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잘생긴 사람도 태국어로 말하는 순간 매력이 순삭 되는.


올해는 조금 진지하게 자음, 모음, 성조를 공부하고 있다.

말은 못 해도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무료로 제공되는 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문장별 띄어쓰기는 있을지언정,

단어와 단어가 다 붙어 있어서 읽기가 참 힘들다.

성조도 법칙이 있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마음을

다시 한번 더 이해하기 되었다.

다행인 건 내가 학생들이 배운 것을 몰라도

다음에 알면 된다고,

절대 재촉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하고도 웃으면서

내 태국어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오늘은 아침을 먹는데,

물을 안 주셔서 인강에서 배운.

"커남너이캬"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베트남 거래처 직원 같이 눈이 커져서 다가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쳐다봤다.

다시 말할 때는 물을 마시는 시늉을 했다.

말이 아닌 내 동작을 보고 이해했다.

이곳에 체크 인 한지가 3주인데.

오늘 처음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봤다.


"하하하하하"


이렇게 웃으면서 물을 갖다 줬다.

큰 웃음이 당황스러웠지만, 우는 것보다는 낫네.

갖다 준 물 마시면서..

아.. 어렵다.. 태국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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