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1화
아침에 잠에서 깨면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또복이 때문입니다.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의 같은 시각에 제 머리맡에 앉아 저를 기다리는 또복이. 느긋하고 여유롭고 칭얼대지 않는 또복이는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이처럼 상대방 앞에 앉아 자세를 곧추세우며 기다리곤 합니다.
물론 아침마다 또복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건 역시나 '산책' 때문입니다. 제가 깨어날 때쯤을 예상하고 침대 옆에 앉아 산책 가자고 보채는 것이지요. 그렇게 한 참을 기다리다 제가 깨어나면 또복이는 한 가지 루틴을 실행합니다. 누워있는 제게 다가와 저의 코와 입 주변의 냄새를 맡는 것이지요. 코에 대고 킁킁, 입에 대고 또 한 번 킁킁. 사탕을 물고 있는 것도 아닌데 또복이는 청진기를 댄 의사처럼 꼼꼼히 제 입 냄새를 맡곤 합니다.
사실 강아지들은 냄새로 상대방의 건강을 확인하거나 감정상태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개들의 후각은 사람의 것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만큼 주변 냄새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곁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변화도 쉽게 감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연구 결과, 개는 암, 혈당 수치 이상, 심지어는 발작의 전조까지도 사전에 알 수 있다는 데요. 이는 개가 우리 몸에서 나오는 화학적 변화를 코로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화 ‘레이싱 인 더 레인(The Art of Racing in the Rain)’ 이나 ‘하치이야기’를 보면 반려견들이 냄새를 통해 주인의 병을 먼저 알고 반응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물론 사람들은 강아지들이 보내는 '걱정과 염려의 시그널'을 알아채지 못하고 갑작스레 죽고 맙니다. 만약 반려견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주인에게 닥친 비극을 막고 가족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기만 합니다.
더불어 개들은 냄새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몸에서는 그에 따라 특정한 화학 물질을 분비합니다.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대표적인데요. 이와 같은 화학 물질은 땀, 피부, 체취로 배출됩니다. 강아지들은 사람이 내뿜는 이와 같은 화학적인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감정을 숨기려 해도, 강아지는 이미 그 냄새를 통해 우리의 내면 상태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순간 강아지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 위로하려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는 그들이 우리의 불안을 냄새로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려는 몸짓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행복하고 편안한 상태일 때는 안정된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며 더욱 활기찬 행동을 보입니다. 이러한 강아지의 행동은 그들이 단순히 우리의 말이나 몸짓을 읽는 것이 아니라, 냄새를 통해 내면에 깊게 깔린 감정까지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강아지가 냄새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반려인과의 유대감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우리의 감정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때문에 우리 또한 강아지와 소통할 때 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사실 또복이가 아침마다 제게 다가와 저의 입냄새를 맡고 가만히 곁에 있어 주는 게 제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산책 때문일 수도 있고 신기한 냄새가 났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기 몰래 혼자 맛있는 걸 먹었나 검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또복이를 볼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강아지는 그저 인간의 지시나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파트너라는 사실입니다. 나보다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가 필요할 때 내 곁에 있어 주는 영혼의 동반자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또복이가 제 입냄새를 맡을 때마다 뭔가 모를 사랑이 느껴집니다. 사랑을 받았으니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산책가방을 찾아 방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