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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Sep 30. 2024

개도 알고 있는 자유로워지는 방법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3화

눈치 보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누군가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직장에 발을 들였을 때도 그랬습니다. 첫 직장은 외국계 회사였지만 운영 방식은 완전히 로컬 기업 같았고, 그곳에서 저는 끊임없이 남의 눈치를 살펴야 했습니다.


기억 속의 그 시절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상사도 있었고, 불만스러운 직원에게는 손찌검을 하던 부장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그런 문화였죠. 그러다 어느 날,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한국 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본사에서 외국인 CEO를 파견한 것입니다.


그는 금발이 섞인 갈색 머리와 180cm가 넘는 키, 보디빌더처럼 탄탄한 몸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젊은 시절 국가대표 미식축구 선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의 모든 것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행동하며,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모두들 궁금해했죠. 


지대한 관심만큼이나 그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당시 한국식 기업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그의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정오가 되기 20분 전부터 사무실을 벗어날 준비를 했지만, 외국인 사장은 항상 본인의 오피스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역시 글로벌 비즈니스맨은 다르네. 밥 먹는 시간까지 아끼며 일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점심시간마저도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일까요? 사장은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퇴근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가 퇴근한 이후에도 회사는 마치 무슨 암묵적인 규율이라도 있는 듯 야근하는 직원들로 가득했습니다. 밑의 직원에게 '칼퇴'를 강요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이 야근하지도 않았던 사장은 늘 자신만의 루틴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가 입사해 기용한 다른 외국계 직원들 역시 눈치 보지 않고 그를 따라 정시에 퇴근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지요. 


'아~ 이런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구나'



나는 나의 갈 길을 갈 뿐


하지만 당시 저를 가장 큰 문화적 충격에 빠뜨렸던 건 그의 저녁 "루틴"이었습니다. 그는 저녁마다 강남역 한복판을 가로질러 조깅을 했는데, 그 복장이 문제였습니다. 운동복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짧은 반바지에, 마치 속옷 같은 러닝셔츠를 입고 도심을 질주하는 그 모습은 저에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 50이 넘은 나이에, CEO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저렇게 자유로운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를 질주하다니. 그때는 도무지 그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가 남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그는 그저 자신이 원하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대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입니다. 그때 저는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그처럼 살 수 있을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눈치 그게 뭐예요?


그런데 문득, 제 강아지 또복이가 떠올랐습니다. 또복이는 남의 눈치라는 걸 전혀 보지 않습니다. 그저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저를 바라보고, 제가 주는 사료를 정신없이 먹으며 행복해합니다. 간식을 주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법이 없습니다. 또복이는 늘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며 살아갑니다. 그런 또복이를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삶은 마음먹기에 따라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해질 수 있습니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그저 내 감정과 필요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또복이는 언제나 자신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고, 그 모습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는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습니다.


그 당시 갈색머리 CEO 또한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의 루틴을 지키는 모습이 지금의 또복이와 닮아 있습니다. 두 존재 모두, 나에게 다시금 중요한 마음의 교훈을 심어줍니다.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규범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라는 것. 눈치 볼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나온 제 삶을 돌아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치를 보며 보내왔는지.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남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온 시간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꼽씹어 봅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게 더 많은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저는 그때 그 사장처럼 도심 한복판을 러닝셔츠와 핫팬츠 차림으로 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저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일일 테니까요. 하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의 필요와 바람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그 본질은 분명히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게 집중하는 것,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요?



이번주부터 '또복이'와 함께하는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가 매주 월요일 주 1회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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