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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Oct 07. 2024

굿, 바이(Good, Bye)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4화

마지막 순간, 제시카


죽음을 맞닥드렸을 때는 다양한 감정이 솟구칩니다. 그의 얼굴, 그의 목소리, 그의 손길, 그를 만졌을 때의 느낌. 그리고 그와 함께 경험했던 다양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좋은 느낌과 행복했던 기억이 많았다면 그가 떠남을 아쉬워할 테고 못해주었던 게 많고 소홀했고 감정을 다 풀지 못한 채 보냈다면 후회와 회환의 감정에 비통해질 것입니다.


지인의 개가 어제 저녁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의 이름은 '제시카'입니다. 제 기억의 제시카는 항상 창고옆 그의 집에 조용히 앉아 있던 강아지였습니다. 신비스런 파란눈을 가진 제시카는 조용한 친구였습니다. 낯선이가 오면 가끔 짖기도 했지만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거나 엎드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저는 제시카를 만져본 적이 없습니다.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제게 다가 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라도 다가가 인사하면 될 터인데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개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시카가 물어 죽였다는 오리들, 닭들, 쥐들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시카는 제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사나운 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문적이 없고 공포스럽게 이빨을 드러낸 적도 없는 순한 강아지였죠. 지금 생각해보니 저를 쳐다보았던 그 파란눈은 경계와 위협의 눈빛이라기 보다는 호기심과 관심의 표현이었지 싶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됩니다. 제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제시카를 무서운 강아지로 만들고 그녀를 외롭게 했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용기를 내 가까이 가서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간식도 주고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지나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 '사실상반사고'


잘 자는 또복이


심리학에는 '사실상반사고'란 개념이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해 "만약 그 상황이 이렇게 되었더라면"이라는 방식으로 사고하는 걸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졌다면, 그 사람은 "만약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이라는 식으로 과거의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서 생각하게 됩니다. 


사건과 사고가 벌어지고 난 후, 후회의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매번 ‘사실상반사고’를 하게 됩니다. 특히 '죽음'처럼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는 사건이라면 우리는 더더욱 잘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의 감정에 매몰되기 십상입니다. 


이 순간 ‘사실상반사고'는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못할 정도의 감정적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더불어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 쳐했을 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길로 더 나갈 수 있게 되고 더 성장하는 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제시카야 고마워!


제시카는 제 강아지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강아지이지만 제시카를 통해 죽음과 이별이라는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라는 것이 언제나 유령처럼 내 곁에 머물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언젠가는 부모님과의 이별, 형제, 자매와의 이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건강하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고 있는 '또복이'지만 그와의 이별도 언젠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는 다시금 '사실상반사고'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래서 "좀더 OO할껄"이라는 이 "사고(思考)리스트"의 목록이 수십, 수백개가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TO DO LIST"를 만들어 지워나가보려 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 산책하기

일주일에 2~3번 치아 닦아주기

놀아달라고 다가오면 놀아주기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 만들어주기

한달에 한번은 캠핑카타고 함께 여행다니기 등...



환생! 너무나 믿고 싶은...


몽골에서는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으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합니다. 제시카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부모님을 만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생에서는 넓지 않은 세상을 경험했다면 다음 생에서는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가로 태어나 온 세상 '구석구석' 콧구멍을 들이대며 마음껏 행복한 삶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미처 제시카에게 전하지 못했던 말을 나즈막히 이야기해봅니다.   


"제시카야~ 다음에 다시 만나면 우리 보자마자 얼싸안고 반갑게 인사해보자꾸나. 그리고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이야기해줘 우리 같이 모두 함께 해보자. 그리고 니가 있는 그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께! 그럼 그때까지...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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