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본질은 뭔가를 위해 '일하는' 것, '뭔가를 기르는 것'에 있다. 사랑과 노동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다.
-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a)
여름이 되면 늘 생명을 잃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화초들 이야기입니다. 더운 날씨가 되면 저도 모르게 게을러져, 물을 주는 것도 깜빡하기 일쑤입니다. 바람도 쐬어 주고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맞히기도 해야 하는데 늘 집안 건조한 곳에 있으니 생기가 점점 사라져 갑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랑은 단지 그 대상을 생각하고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가 살 수 있도록, 그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줘야만 진정한 사랑이 됩니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자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염려하는 것이다. 이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a)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이란 사랑하는 이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염려하는 것"입니다. 이 염려가 없다면 사랑도 존재하지 않지요. 연인을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그 사람을 소유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장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만약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소유하려고만 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화초에게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집 강아지, 또복이도 저를 사랑합니다. 또복이는 저를 위해 매일 열심히 일을 합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온 힘을 다해 꼬리와 머리를 흔들며 반겨주고, 제가 외로워 보이면 한밤중에도 제 곁으로 와서 위로해 줍니다. 또복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그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저 역시 또복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아주 단순한 것들입니다. 물과 먹이를 챙겨줄 때, 산책을 시켜주고 함께 놀아줄 때가 그것입니다. 모두 작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 순간들이 또복이에게는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한동안 '보기도기' 매장을 오픈한다고 바빠져서, 또복이를 충분히 돌보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산책은커녕 같이 놀아줄 시간도 내지 못했고, 결국 또복이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또복이의 눈빛은 점점 흐릿해져 갔습니다. 초롱초롱했던 눈망울은 사라지고, 저를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빛을 외면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혼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또복이는 발을 핥는 습관이 생겼고, 그로 인해 발이 심하게 부어오른 것입니다. 일이 끝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또복이의 붓고 아픈 발을 보고는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동물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발을 소독해 주며, 발을 핥지 못하게 하는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또복이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켜보며 저도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매장도 안정되어서 또복이와 저 모두 새로운 일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복이의 발사탕 습관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행복하게 뛰어노는 또복이를 보면서, "프롬"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그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라는 그 말이요.
사랑은 그저 마음속에 품는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염려하며, 실질적인 배려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 바로 그 일이 사랑의 본질입니다. 또복이가 다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이 사랑의 노동을 잊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또복아, 너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되어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