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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Oct 28. 2024

주차장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7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강아지의 운명


앞집에는 한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이곳 애월 고내리로 이사 왔을 때부터 있었으니, 최소한 5살은 넘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더 나이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관리가 부족한 탓인지, 나이 들어서인지 녀석은 노견 특유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6개월 전만 해도 그 강아지는 주인집 안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차장 한 귀퉁이 허름한 개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부잣집 도령이 패가망신하여 길거리로 내몰린 것처럼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올여름은 찜통처럼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100년 만에 기록적인 더위와 열대야의 연속이었죠. 그런 날씨 속에서 앞집 강아지는 더위와 해충에 그대로 노출된 채, 밖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왜 녀석이 갑자기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간의 짖음이 원인이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예전에 그 개가 집 안 넓은 잔디밭에서 지낼 때는 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갑자기 짖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네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요. 저 역시 몇 번은 깜짝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약 2년 전부터 녀석은 잔디밭 대신 집 옆 좁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었고, 차츰 울음소리도 줄어들었죠. 그렇게 조용히 사는가 싶더니, 얼마 전부터는 그 좁은 곳마저 나와 홀로 주차장 한쪽에서 지내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또복이와 아침 산책하던 중, 그 강아지가 지내는 곳에 다가가 보았습니다. 녀석은 채 1미터도 안되는 줄에 묶여 있었습니다. 개집은 낡은 판자들로 대충 만들어졌고, 밥그릇엔 먹다 남은 사료가 지저분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물그릇도 깨끗해 보이지 않았고요. 정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가족처럼 기르던 강아지를 이렇게 방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개 주인을 녀석처럼 짧은 끈에 묶어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무책임한 사람들...


사실 그 집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입니다. 그 많은 식구들이 모두 동의했기에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였을 테고, 또 그렇게 동의했기에 그를 바깥으로 내보냈겠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강아지의 삶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녀석이 이렇게 외롭고 비참하게 지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녀석은 요즘 밤낮 가리지 않고 짖습니다. 고양이가 지나가도, 가족들이 차를 타고 나갈 때도, 사람들이 지나갈 때도 짖지요. 개의 짖음은 본능이라지만, 이 녀석은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끊임없이 짖습니다. 주차장 바로 옆이 저희 집이라, 밤마다 울려 퍼지는 개 짖는 소리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가족이 되고 있습니다. 새벽 한 시, 고요 속에서 개가 짖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 죄 없는 녀석에게 "조용히 좀 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칩니다. 물론 녀석이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 집 사람들이 듣기를 바라며 던진 외침이었지요.



개를 키운다는 건?


강아지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그들은 말없이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순수한 사랑과 충성심으로 우리 곁을 지켜줍니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운다는 건 단지 귀여운 동물을 곁에 두는 것 이상의 책임이 따릅니다. 강아지는 우리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이니까요.


강아지를 처음 키우기로 결심할 때, 우리는 그들이 함께할 시간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강아지는 우리의 선택으로 가족이 되고, 그 선택은 곧 그들이 우리의 돌봄에 의지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한순간의 기쁨이나 귀여운 모습만을 보고 결심할 일이 아니라, 그들의 평생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데는 많은 책임이 따릅니다. 강아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적절한 먹이와 운동, 정기적인 건강 검진이 필수지요. 하지만 단지 신체적인 건강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강아지들은 감정적으로도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입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강아지들은 점점 더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그들에게도 노화가 찾아오며 여러 건강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질 때에도 우리의 사랑은 변함없이 그들을 돌보고 보호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강아지가 우리에게 준 무한한 사랑에 대한 감사이자 보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백 번을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단지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을 것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삶 전체를 함께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맡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따뜻한 집을 제공하고, 그들의 행복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그들과 평생을 함께할 준비가 되었을 때만 시작해야 합니다. 강아지를 키우기로 한 선택은 단지 그들을 우리 집으로 맞이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사랑과 책임을 그들의 평생 동안 함께 나누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저녁도 앞집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가르고 있습니다. 마치 "아빠, 엄마,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처럼 들립니다. 개가 짖을 때마다 그 녀석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용기를 내어 그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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