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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니제주 김철휘 Nov 11. 2024

오은영 박사도 울고 갈 심리상담가는?

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9화

개들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보다 낫다.
- 에밀리 디킨슨


타인이 내 이야기를 잘 듣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빛이나 몸짓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또렷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맞추거나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몸을 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여 앉아 있다면 이는 곧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눈동자가 여기저기 흔들리고 자세마저 뒤로 딱딱하게 고정된 사람이라면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말에 집중하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 인색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가끔은 생각 없이 '응, 응' 하며 기계적으로 대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어, 이렇게 진심 없이 반응하는 모습은 상대방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누군가에게 진짜 속 깊은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경청의 달인



우리 집에는 어떤 이야기라도 부담 없이 꺼내 놓게 만드는 특별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집 강아지 '또복이'입니다. 또복이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솜씨가 아주 대단합니다. 제가 무심코 쳐다보거나 가볍게 그의 이름을 부를 때에도 또복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집중해 줍니다. 귀는 내 쪽을 향해 쫑긋 세우고, 앞발은 얌전히 모은 채, 무엇이든 잘 들어주겠다는 그 모습이 참으로 기특합니다.


사실 또복이에게 제가 하는 말은 모두 외계어일 겁니다. 하지만 그 소리가 간식을 의미하는지, 산책을 말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그는 온 신경을 집중하지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고개를 왼쪽으로 한 번 갸우뚱거립니다. 마치 “그게 무슨 뜻이지?”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이야기하면 이번에는 고개를 오른편으로 갸우뚱합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어도 막상 카메라를 들이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립니다. 



또복이의 마법같은 치유의 시간



또복이는 제게 있어 최고의 '카운슬러'나 다름없습니다. 제 작은 몸짓 하나에도 또복이는 제가 뭘 하려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금세 알아차립니다. 녀석은 제가 한 이야기를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로 흘리는 일 따위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항상 제 곁에 머물면서, 늘 저를 향해 진심을 보이는 유일한 친구이지요.


어느 날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이었죠.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아 한숨을 쉬니, 또복이가 곧장 제 앞으로 다가와 앉습니다. 눈은 말없이 저를 응시하고, 귀는 예민하게 제 쪽을 향해 있습니다. 마치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죠. 저는 또복이에게 카페에서 만난 '진상 손님'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털어놓았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의 일방적인 대화였지만, 또복이는 마치 제가 하는 말이 모두 이해된다는 듯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말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던 또복이가 제 옆에 와 조용히 등을 내어줍니다. 그리고 가장 연약한 부분인 배를 보이며 제가 그곳을 쓰다듬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럴 때마다 제게 온전히 마음을 내주는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렇게 또복이의 등을 쓰다듬고, 아기 피부같이 부드러운 배를 만지다 보면 답답했던 기분이 서서히 풀립니다. 


더불어 또복이의 구수한 냄새는 그 어떤 피톤치드보다도 제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그가 하는 엉뚱한 행동 하나는 사람이 하는 그 어떤 개그보다 제게 더 큰 웃음을 줍니다. 특히 30kg이 훌쩍 넘어가는 동물이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무릎 위에 올라앉으려고 할 때는 슬픈 감정이 들기 힘들지요.


오늘도 또복이에게서 작은 위로 한 스푼을 떠 갑니다. 가수 이승철의 노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의 가사처럼 "사랑이란 그 말은 뭇 해도 이렇게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풀어주는 이가 있어 오늘도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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