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마음의 훈련사 15화
우리는 종종 타인이 웃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웃게 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한 사람이 크게 웃으면 그 웃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됩니다. 웃음소리가 재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친구나 가족, 심지어 드라마 속 인물이 슬퍼할 때도 우리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그들이 눈물을 흘러내릴 때, 우리는 그 상황을 마치 자신이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슬픔을 함께 느끼고, 자연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안아주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나 헬스 트레이너가 운동자세를 시범으로 보여줄 때, 그것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 속에서는 같은 움직임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마치 자신이 그 동작을 직접 따라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며, 실제로 따라 할 때는 이미 그 동작을 이전에 한 번 해봤던 것처럼 더 쉽게 동작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간은 뭔가를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거울 뉴런(Mirror Neuron) 효과'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거울에 비친 나'처럼 따라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즐거워지려면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면 되고 공부를 잘하려면 1등 하고 친하게 지내면 되는 것이죠.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과 기후위기, 환경파괴와 같은 암울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이 지구 생태계에 왜 이렇게도 문제가 많은 걸까요?
환경도 중요하고 전쟁난민들의 안위도 중요하고 멸종하고 있는 동식물들의 삶도 중요합니다. 압니다. 아는 데요. 예전에는 사실 이 모든 것을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었습니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타인과 타자의 고통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또복이를 키우면서 이런 저 또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작더라도 그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반려견, 반려묘를 학대하고 죽이고 버리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것은 물론,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는 숲과 동식물들, 해양오염으로 죽어가는 바다생물들의 고통까지도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또복이는 평화를 사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다 같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잘 아는 친구입니다. 또복이는 어떤 조건이나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사랑을 나누어줍니다. 제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또복이는 조용히 다가와 가만히 곁에 있거나 손을 핥아주며 위로를 건네곤 합니다.
또복이는 다른 개들이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조금 격하게 놀다가도 상대 개가 불편해하는 신호를 보내면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래서 또복이 주변에는 항상 평화로움과 안정과 사랑과 행복이 솟아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또복이를 안으면 마음속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 또복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조금씩 복제해 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감정이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 주변을 조금 더 배려하려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듯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대략 1,500만 명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니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저의 경우를 미루어 산술적으로 생각한다면 반려동물의 수에 비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살률, 고독사, 불행지수 등에서 한국은 아직도 세계 1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펫 pet'으로만 여기고 그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인생의 '반려자'이기 때문입니다. 반려자는 서로의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가르침을 주고 어려운 때에 도움을 주고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강아지와 고양이를 반려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행동과 감정에 집중하고 그로부터 느끼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진심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는 것.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헌신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이 물질적인 것을 위해 미래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작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행복감을 주는 것에 자신의 온 마음을 바치는 것도. 가족과의 관계와 그 유대감을 위해 평생토록 노력한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자신의 노리개감, 또는 즐거움의 대상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우리 강아지들, 고양이들이 얼마나 현명한지를요. 그들은 물질적 가치와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우리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들은 무조건적인 사랑, 현재에 충실한 삶, 작은 것에서 찾는 행복, 책임감, 가족 간의 유대감의 중요성을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거울뉴런'이 있다면 그들이 하는 행동을 거울삼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옆에서 코를 골면서 신나게 자고 있는 또복이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갑자기 저도 낮잠을 자고 싶어집니다. 또복이를 따라 하기로 했으니까 저도 한 숨 자야겠습니다. 오늘은 쉬라고 있는 일요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