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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모님들은 왜 예체능 교육을 홀대할까

우리 아이들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by 대표원장


한국 부모님들이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교육은 무엇일까요? 영유 사태로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킨 영어? 입시 변별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국어 ? 수포자라는 말이 시작된 수학? 어떤 과목이든 공통적인건 학부모 교육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라는 것이죠.


그에 반해 소위 음미체 는 대부분 가정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끝낸다라는 생각을 갖는게 일반적인 듯 합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늘어난 학업 시간과 다른 학원에 쓸 돈과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제 놀고 재밌고 편한 예체능은 그만, 이젠 공부할 시간이라고 학부모님들 나름대로 표준 타임 리밋을 정해놓은 듯 합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때까지는 예체능 학원 가는거 봐줬다라는 기조였다면 요즘은 교육 시점이 일러진만큼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또는 저학년때 예체능 학원은 자연스럽게 퇴원하는 분위기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많은 부분을 따르고 답습한 미국은 교육만큼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미국 대학을 준비했거나 조기 유학을 갔던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미국의 중고등생 학부모님들은 예체능 교육에 아주 관심이 높습니다. 소위 집착수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영은 이정도 해야하고, 악기도 1개 이상은 해야하고, 춤도 춰야하고, 그림도 그릴줄 알아야 하고…등등 말이죠. 학교 차원에서도 예체능 참여도를 학업 성취도 평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유학간 친구들말에 따르면 아이들 사이에서도 연극부 활동을 한다고 하면 소위 말해 모범생이면서도 인싸인 친구라는 의미라는 말처럼 예체능 활동은 학교 생활의 성실성과 교우 관계의 척도로 표현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려 준비하거나 미국과 같은 IB 교육과정을 밟는 국제중,고 친구들도 전공자 수준으로 한 가지 예체능 과목을 선정해 (보통 체육은 수영, 미술, 음악은 악기 중 1가지)열심히 준비합니다. 제 주변 지인들도 꽤 많은 이들이 이 아이들의 과외선생님 또는 학원선생님이 되어 지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당연히 입시를 빼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예체능 교육이 다소 홀대(?)를 받아도 그럭저럭 상관없이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우리는 패스트 팔로워로써 뭔가를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빠르게 따라가는 제조업 시대를 보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그 외 대부분의 직업들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적당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배운것을 암기하고 자격증이나 시험에 아웃풋을 잘 내놓는 사람이 능력있게 인정받았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다만, 지금의 걱정은 앞으로 지금의 한국 교육을 받은 부모세대와 앞으로 살아갈 알파세대들은 살아가는 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부모세대가 혼돈을 느끼고 불안감이 더 커지는 이유는 그들이 모르는것이 계속해서 나오고 기존의 질서나 논리, 상식으로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보수적인 길을 그래도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고 기만입니다. 그렇게 교육한 아이들이 새롭게 무엇을 만들고 창조하며 AI까지 나온 새 시대에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의문이 듭니다.

이제는 한국이 개발 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이 되어 먼저 리드를 해나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케데헌이나 K-food, K-cosmetic 등 한국의 위상이 지난 3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한국의 기업도 글로벌 기업이 되고 인플루언서가 몇천억에 기업을 파는 시대에서는 기업의 인재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의 임원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앞으로 한국에 먹거리가 걱정된다고 합니다. 반도체 그 이후가 뭐가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죠. 경력자는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험이나 인사이트라도 있어서 채용을 하는데 배우라는 것 배우고, 암기만 잔뜩한 사회 초년생은 너무 흔해서 취업 준비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겁니다.



소위 일타 강사로 유명한 정승재 수학 강사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고 2까지의 수학은 범위안에서 공식을 외워서 빠르게 풀면 점수가 잘나온다. 이걸 아이의 수학 실력이라고, 수학을 잘한다고 믿는 부모님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고 3이 되면 다 점수가 박살이난다. 고 3때부터는 외운 문제가 아닌 생각을 해야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암기 위주로 했던 친구들에게는 그런 능력이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고 말이죠.



그럼 다시 돌아와서 왜 예체능 교육을 이제는 시간이 없어서 빠지는게 아닌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것처럼 체육 활동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만듭니다. 요즘의 아이들의 정신 건강은 현장에서 느꼈을때 훨씬 취약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코로나, 외동이 많아진 현상 등 여러 사회 현상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조금만 힘들거나 어려우면 울거나 포기해버립니다. 학부모님들은 자존감을 올려준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자신감은 예전보다 훨씬 떨어져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 중 하나가 예체능 활동의 축소로 생각합니다. 소아정신과는 어느때보다도 성업중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약물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체육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은 몰입과 집중을 경험하게합니다.저는 어릴적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전공을 생각할 정도로 오래배웠지만 피아니스트가 될 정도로 그 악기를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나간 콩쿨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어린 맘에도 다른 경쟁자들이 훨씬 잘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다가 중학교때 그만뒀습니다. 그럼 그 시간이 전부다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깝고 필요없었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저는 피아노 연습을 위해서 꽤 많은 시간을 앉아 있었고 그러한 집중력과 몰입을 제 학업과 일에 또 다른 방식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성취도 측면을 제외하고도 지금도 집에서 심심할때나 지루할때, 마음이 속상할때 혼자서 편하게 칠 수 있는 저의 연주가 제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감칠맛있는 인생으로 포장합니다.


미술은 나의 마음과 생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미술을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배워야하는 학부모님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부모님들에게는 어떠한 결과값이 가장 중요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먹고 살아야하는 일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마음을 읽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어떠한 물건이나 내용, 사물을 봤을때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말로만 표현하는것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림은 또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내 머릿속의 공상을 있는 그대로 시각화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아무리 내가 좋은 아이디어를 이야기해도 나의 반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나와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살았기 때문에 같은걸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림 한 장을 그려 보여주면 그 둘이 일치하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광고 회사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여러 기획을 진행할때 괜히 기획자가 스케치보드를 만드는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미술을 안다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합니다. 미술관이 지역에 가까운곳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 지수가 반대의 경우와 달리 더 높다고 합니다. 우리는 밥만 먹어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중국 요리도 먹고싶고 남미 요리도 먹고싶습니다. 또 다양하게 요리를 하는 것도 즐깁니다. 그 이유는 배를 불리는 목표는 채울 수 있지만 그렇게 단조롭게만 먹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 길기 때문이고 이러한 요소들이 소소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의 많은 작품 중에서 나의 마음을, 또는 나의 생각을 표현한 것 같은 작품을 발견할때가 있습니다. 그럴때 나는 외롭지 않음을 느낍니다. 수백년점 작가도 나와 같은 기분이였다는 것을 느끼고 연결됩니다. 내 생각도 그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명상처럼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즐거움, 그리고 부속으로 그림을 완성했을때 느끼는 성취감마저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입니다.


미술 교육을 얘기하다보면 학원에서 제시하는 주제나 연습, 따라서 그리는 습작 방식의 훈련이 아이의 방대한 창의력을 제한한다고 믿는 학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창의성은 적절한 제약과 요구, 제반사항에 맞춰 배우고 습득했을때 더 활발해지고 왕성해진다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창의성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인식은 다른 글에서도 쓰겠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은 아이들이 표현하지 못하면 그저 허공에 날라갈 뿐 입니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표현력은 부모의 말과 주변 환경에 한정된 것들이 더 많습니다. 창의성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여기까지만 말하고 다른 글에서 더 보충해서 얘기하겠습니다.


물론 영어는 모국어라 배울 필요가 없는 미국 문화와 수평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PISA 학습성취도 평가는 아주 우수하고 전세계적으로도 놀라운 수준입니다. 다만 그만큼 사교육에 대한 논란, 예체능 교육에 대한 평가 절하 등 지금의 교육 현장에서의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즐거움과 몰입과 집중력, 몸과 정신의 건강이 요즘 아이들과 성인이 된 2030에게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만큼 예체능 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한국에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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