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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아이 마음을 조심스럽게 엿보는 방법

아이의 감정을 읽고 싶은 부모 마음을 위하여

by 대표원장



아이 그림을 보면서 멈칫하는 어머님들, 문의하시는 아버님들이 많습니다.


비 오는 풍경을 자주 그리고 사람 얼굴이 없거나 같은 색만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걸 보면 부모님들은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요.


그림은 아이의 말보다 앞서 나오는 감정의 표현이기도 한 만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해석해야 할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미술심리분석 전문가는 아닌 이상, 정확한 ‘심리 분석’은 어렵지만 그림은 그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하더라고요.


또한 아이들을 오랫동안 가르치고 지켜보다보니 아이의 성장발달단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이렇게 발달 과정의 자연스러운 특징과 아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그림을 구분해보는게 아이의 그림을 해석하는 첫 단계인데요.


아이의 심리와 발달단계상 자주 나오는 그림이 중첩되기도 하고 반드시 심리 상태를 반영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도 있는만큼 아이의 연령별 자주 나오는 그림 주제와 이와 연결한 심리는 조심스럽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또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그림을 어른의 관점으로 접근해서 해석하려 드는것이 아닌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어른의 눈으로 보이는 무거움과는 다르게 아이의 세계는 가볍고 단순할 수 있거든요.


오히려 단발적인 그림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흐름과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는 아이의 정서발달과 감정 상태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사람을 항상 그림에 그리던 아이가 사람이 잘 안나오게 그린다던지, 같은 색만 많이 쓰다가 다채로운 색을 쓰기 시작했다던지요.


즉 해석보다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와 그림을 통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연령별로 자주 등장하는 그림 소재와 해석의 포인트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저희 딸이 만 3-4세때 매일같이 그린 무지개들. 무지개 하트도 많이 그렸던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만 3~5세 : 무지개, 엄마 얼굴, 동그라미 사람 또는 얼굴, 가족, 집과 나무


무지개: 감정이 안정되고 따뜻할 때 자주 나옵니다. 좋아하는 감정, 밝은 기분, 안정감을 의미합니다


가족 및 엄마 : 대표적인 심리 그림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자신을 어디에 배치하는지, 어느정도로 크게 그리는지, 가족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면 요즘 어떤 관계에 집중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빠만 크게 그리고 엄마는 작게 그린다면 요즘 아빠와의 경험이 강렬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선상에서 잘 나열되어 있거나 자기 모습을 크게 나오게 하는 건 가족 내 ’소속감‘과 ’자존감‘을 보여줍니다.


집과 나무 : ‘나 자신’과 ‘집 안의 분위기‘를 투영하는 그림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뿌리가 튼튼한가, 가지가 무성한가, 열매가 있는가, 집에 창문이 있는가, 집에 크기와 문의 배치나 크기 여부 등을 관찰의 포인트로 여깁니다.


*사람은 로웬펠트, 루빈 등 발달단계를 기준으로 머리와 팔다리가 붙은 ‘올챙이 인간’으로 시작해서 점차 손가락, 표정을 그리는 것으로 변화합니다.

인물들의 표정과 디테일의 표현 방식을 보고 아이가 대상에게 갖는 감정과 주변 환경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습니다.


만 5세무렵부터 딸이 그리기 시작한 공주가 된 자신의 모습

만 6~8세 : 캐릭터, 공주, 동물


캐릭터나 공주, 히어로 등 : 내가 되고 싶은 인물이나 좋아하는 캐릭터를 반복해서 그리는 경우 상상력과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해진 시기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자아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9세 이상 : 학교 생활 등 이야기가 있는 장면, 감정 표현 및 디테일 강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 관계가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 못하는 친구 관계의 단절, 긴장감 등이 그림 속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가 반복해서 어두운 분위기나 파괴적인 장면을 그린다면 감정 표현의 통로로 미술을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그림은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상상하고 구성해가는 과정인만큼 그 속엔 아이가 요즘 즐겨보는 이야기, 자기가 되고 싶은 존재

또는 친구들과의 놀이 경험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다만 그림들 속에서 흘러나오는 아이의 감정을 캐치해보시되 정답처럼 해석하거나 단정하지는 말아주세요.


아이가 그림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해석할지는 아이의 생각을 중심에 놓고 진행해야 하는 전문적인 영역이니까요.


오히려 아이가 자주 그리는 그림을 보며 묻고 왜 이걸 그렸는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그 대답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 그게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석’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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