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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준 May 17. 2018

세상의 권위에 복종하라

베드로전서 2장을 읽고

성경에서 기독교인은 세상 권위에 복종하라고 했는데, 정말 기독교인은 세상 권위에 복종해야 할까? 우린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욕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꼭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목사님들의 정치적 발언을 듣게 되곤 한다. 그중 유독 내 눈에 자주 띄는 말이 "대통령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위자입니다"와 같이 높은 사람들에게 신적 권위를 부여하는 주장이다. 현대 기독교, 특히 현대 한국 기독교가 비난받고 있는 많은 이유 중에 이러한 주장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하나님이 세우신 대통령한테 그러면 안되지"라는 말을 하니 듣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지난 국정농단 사건을 지나오며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비난과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을 당시, 많은 교회들은 위와 같은 논리와 함께 대통령을 옹호했다. (전 대통령을 이렇게 옹호했으면서 어떻게 현 대통령은 과감히 욕하고 비난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겠다.그런데 성경이 정말로 위와 같은 주장을 정당화할까? 아니다. 이는 오히려  권위와 권위자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부터 오는 오해가 아닐까 싶다.




위와 같은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베드로전서의 말씀을 기반으로 주장을 펼친다.


베드로전서 2장 13-14절

"인간의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종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혹은 그가 악행 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상하기 위하여 보낸 총독에게 하라" (개역개정)
"이 세상의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주님을 위한 것입니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왕께 복종하십시오. 또한 왕이 보낸 관리에게도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잘못된 사람을 벌하고 옳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라고 보냄을 받은 자들입니다" (쉬운 성경)


베드로전서 2장 18절

"사환(종)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 (개역개정)
"하인들이여, 주인을 존경하고 그 권위에 복종하십시오. 선하고 친절한 주인에게만 아니라 악하고 나쁜 주인에게도 복종하십시오" (쉬운 성경)

 



위 성경을 볼 때 우리가 권위에 복종해야 하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전서 2장의 말씀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수준의 복종인지, 그리고 무조건적인 복종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단순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위를 무시하는 것을 하나님이 좋게 보시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복종해야 하는 권위가 꼭 대통령, 혹은 그와 유사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부분은 바로 베드로전서 2장 13절에 있는 "혹은"이라는 단어다. 영어성경에서는 베드로전서 2장 13절을 "Submit your selves for the Lord's sake to every human authority: whether to the emperor..."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왕이나 왕과 비슷하게 권위를 지닌 자"에게 복종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당시 로마는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이었다. 그러니 human authority, 즉 권위자는 황제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human authority, 즉 권위자는 누구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은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동의한 법의 지배를 받는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민()이 곧 입법자인 국가다. 칸트(Emmanuel Kant)민()을 입법의 주체로 둔 국가가 다시 그 민(民)을 "대표"하는 것을 공화국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가장 높은 권위자는 시민 (혹은 국민)이라는 것이다. 헌법 1조 2항에도 분명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쓰여있다. 모든 권력의 근원이 국민이라면, 가장 높은 권위자 또한 국민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력도, 입법부 대표인 국회의원의 권력도, 결국 다 국민에게서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한 표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후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국민의 권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최고 권위자인 시민과 그들이 세운 대표들을 혼돈하면 안 된다. 


따라서 베드로전서 2장에서 "세상의 권위를 가진 자에게 복종하라"라고 한 말씀을 현대 대한민국에 적용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시민의 권위에 복종하고 시민을 대표하도록 보냄을 받은 관리, 즉 대통령에게도 상황에 맞게 복종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세우신 대통령에게 그러면 안되지"라고 하기 이전에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자인 국민에게 그러면 안되지"라고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말씀처럼 "왕이 보낸 관리"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와 왕이 함께 있다면 왕을 대표하는 관리가 아닌 왕에게 먼저 그에 걸맞은 대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위도 중요하지만 민주공화국에서는 진정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위가 대통령의 권위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하인은 주인을 존경하고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는 말처럼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선출된 대통령은 국민을 존경하고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


하나님이 세우신 대통령에게
그러면 안되지 라고 말하기 전에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자인 국민에게
그러면 안되지 라고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교회가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을 배우는 것이다. 물론 교회가 세상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하지만 성경이 다윗 왕과 솔로몬 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왕을 세울 것은 아닌 것처럼 정치구조적 함의를 내포한 위와 같은 말씀은 현재 주어진 정치적 문맥(context)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정치적 문맥에서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은 대통령을 섬기지 않는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은 대통령을 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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