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6개월 만에 브런치에 왔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브런치는 낯설고 어려운 남의 집 같은 기분이라 선뜻 들어오게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브런치를 아예 접자니 그 또한 아까웠다.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쌓은 시간이 있는데, 이대로 문을 닫기에도 뭔가 아쉬웠다.
생각해 보면 블로그는 까치집 머리를 하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도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지만, 브런치는 달랐다. 옷도 제대로 잘 갖춰 입고 헤어스타일도 신경써서 가다듬은 다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들어가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방문에 걸맞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는 게 쉽지 않아 애써 못본 체하며 차일피일 들어가길 미루었다.
그러다 업무가 조금 헐렁해진 틈을 타서 무려 반 년만에 다시 브런치에 왔다. 내 브런치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전에 먼저 여기저기 둘러보며 남의 집도 구경하고 글도 읽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원고도 읽어보았다.
브런치는 여전했다.
블로그에 비하면 여전히 방문자 수도, 공감 수도, 댓글도 현저히 적었고 사람들 간의 소통도 많지 않았지만, 새로운 글은 꾸준히 올라왔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으나, 다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었고 그걸 글로 풀어내고 싶은 간절함이 오롯이 전해졌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출간 작가였고, 또 많은 이들은 책을 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예비 작가였다. 다들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 좀 쓴다고 자부하고 있거나 또 주위로부터 글 좀 쓴다고 인정받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짧은 글에서도 공들여서 쓴 흔적이 역력했다. 센스 있는 컨셉으로 목차를 구성하고 시리즈를 완성하여 출판사 편집자에게 픽!을 받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제목 하나를 정하는 데도 얼마나 오래 고민을 했을까 싶을 만큼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느껴졌다. 대충 편하게 쓴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독서 인구와 책 판매량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데,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왜 이토록 많은 걸까?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알고 있지만, 왜 사람들은 글쓰기에 그치지 않고 그 글을 책으로 출간하고 싶어하는 걸까? 나는 또 왜 이 책쓰기 열풍에 한 발을 걸쳐놓고 있는 걸까?
이전에도 지금도 브런치 메인에 뜨거나 인기있는 브런치북을 보면 드라마틱한 소재를 다룬 글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큰 병에 걸렸거나, 이혼을 했거나, 퇴사를 했거나, 이런 저런 실패와 좌절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야기들이 주목을 받곤 한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소재가 아니어도 꽤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유혹을 하는 글도 적지 않다.
워낙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처럼 힘주어 쓴 글의 홍수 속에 선뜻 뛰어들기가 망설여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원고를 투고하자마자 두세 군데 출판사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는 글, 브런치를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출판사로부터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는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부러운 마음이 든다. 세상에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고, 책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때문에 굳이 다른 책을 쓰고 싶어할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냥 지금처럼 여행책만 써도 충분히 괜찮은데, 굳이 에세이를 내고 싶어하는 내가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튼, 이런 이유들 때문에 브런치에 올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마냥 편한 블로그와는 달리 여전히 낯설고 글쓰기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아직까지 나에게 브런치는 계륵이다.
언제쯤이면 이 브런치가 편해질까. 과연 편해질 날이 오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