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올 3월까지, 중학생 때 읽었던 일본 크리스천 작가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 상하 및 양치는 언덕을 읽었다.
당시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기독교인이 되기까지도
당시 소설에서 접한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랑과 원죄 그리고 용서라는 큰 화두가 마음속에 있었다.
당시 해외를 나가본 적 없는 중학생이었지만, 훗카이도와 아사히까와에 대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묘사와 삿포로 하꼬다테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서사 전개 및 흡입력이 좋아서 재밌게 읽었는데..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내린 소설책에서..내게 더 깊게 남은 여운은 아래와 같다.
그리스도의 희생과 십자가에서의 피흘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모든 것을 넘겨주신 하나님의 사랑, 그 사랑의 기반은 용서라는 것이었다.
빙점에서 게이꼬가 아내 나쓰에에 대한 복수심을 갖고 선택한 일로 말미암아
자신의 딸을 죽인 살인자의 딸을 키우게 하고, 이런 끔찍한 복수를 7년이 지난 시점에 우연히 알게된
아내 나쓰에는 그런 남편에 대한 나쓰에의 심리 묘사도 인간의 타락한 죄성과
미묘한 심리 묘사 속에 어쩔 수 없는 성악설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요오꼬는 결국 본인의 살인자의 딸이었다는
사실보다도 (오해였지만) 본인이 떳떳한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전쟁 중이었던 당시
불륜 사이에서 태어난 축복받지 못한 존재,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함으로 괴로워하는 요오꼬의
고민은 근원적으로 죄성이 있는 인간에 대해 고민을 하게도 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인간의 내면과 마음 속은 근원적인 죄성이 넘치는 존재는 맞다.
요오꼬가 외할아버지와 방학을 보내면서, 게이꼬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억이 남는 구절이 있다.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은 버려라. 그 하나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기와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거던. 어떤 한 사람이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살아가면 그 사람의 삶에서 그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거나 피해를 입게 돼"
할아버지께서는 찬찬히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참다운 뜻에서 자기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다고 하셨어요!
중략
...그렇지만 아버지, 저는 이제부터 서서히 제 자신의 삶의 방향이 바뀌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어요.
특히 오늘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저는 문득 꿈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일생을 마친 다음에 남는 것은 우리가 모은 것이 아니라 남에게 준 것이다 "...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도 말씀하셨어요.
"이상한 일이지. 악착스레 모은 돈이나 재산은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지만 숨은 보살핌,
진실한 충고, 따뜻한 위로의 말 같은 것은 오랫동안 남게 되니깐 말이야."
아버지 저는 아직 살아가는 의미도, 인생이 무엇인지도 잘 몰라요.
그러나 어떤 한 줄기 빛이 가슴속 깊이 스며든 것 같아요.
남에게 아무 가치도 남기지 못하는 생활 태도와 그렇지 않은 생활 태도-
그런 것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빙점 하 "노을"---- 편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자,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종교이기도 한데...
누군가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원수는 상종도 하지 말고
그에게 받은 그 이상 되돌려주는 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지지않는 법이라고 알려준다.
기독교에서 가장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대속을 하신 것이 결국 우리를 위해서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결국 그 대속의
은혜를 받게 되면 삶이 변화된다.
그 은혜에 감사하여 나의 거짓되고 부패한 모습도 다 아시지만,
그런 나를 위해서 돌아가시고, 그 모든 죄를 용서해주셨다는 것을 믿게 된다면
이미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죄값 역시 주님이 치르셨기에 용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나를 위해서 돌아가신 주님, 나에게 모든 것을 다 주신 주님이란 존재를 안다면..
그리스도의 희생과 십자가의 보혈로 죄사함을 얻은 대상에 대한 이야기는
양치는 언덕에서 나오미의 남편 료이찌를 통해 다시한번 작가 미우라 아야꼬는
알려준다.
남편의 방탕한 태도로 1년 넘게 가족을 찾아오지 못했던 나오미의 아버지는 나오미에게..
"나오미,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뭔지 알고 있니?"
새삼스럽게 물으니 나오미는 분며아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너도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살리는 거야!"
아이코가 거들었다.
"아버지. 저도 한 사람 정도는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 사랑한다는 건 용서하는 것도 돼. 한두 번 용서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 거야. 너는 스기하라 군을 용서해 가면서 살 수 있겠니?
용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할 줄 아는 자는 진정으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자인지 모른다.
결국 자신의 연약함으로 상대방을 아프게 하고, 결국 그 아파하는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스스로의 연약함을 주님 앞에 회개하고,
상대방에게도 잘못을 구하고... 용서받는다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배우게 될지 모른다.
나 또한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사람들을.. 특히 나자신도 용서해주고자 한다!
그러니 진리 안에서 자유로워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