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무슨 책을 써요?"
그러게 말이다.
뭐든지 써도 좋아.
너를 표현하는 어떤 것이든 다 좋아.
선생님은 솔직하고 너만 쓸 수 있는 그런 글이 멋지다고 생각해.
"네?"
갸우뚱갸우뚱
허공에서 헤매는 눈동자들.
역시 어린이들에게는 설명보다는 경험이 최고지.
나는 이번 주 글쓰기 숙제로 아이들이 책 쓰기 과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게 해주고 싶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머리를 최대한 사용해 본다.
실은 이 단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계 중 하나이다.
'어떻게' 전달할지 디자인하는 단계.
듣고 본 좋은 것들을 죄다 떠올려보고 거기에 나의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휘휘 저어 본다.
교사는 예술가가 맞다. 모방과 창조를 거듭하는.
실패하는 경우도 당연히 많지만 이렇게 내가 내 수업을 디자인한다는 감각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북토크상황극>을 제시해 보았다.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갑자기 쓰다 보니 좀 어설프긴 하지만 아이들이 시작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준 예시 글은 다음과 같다. 웃음 포인트를 넣어보았다.
우리 반은 금요일 아침활동으로 주제글쓰기 초고를 쓰고 주말과제로 그것을 매만져서 다시 써오기 숙제가 있다. 교사로서 아이들 숙제 검사가 기대돼서 월요일 아침이 기다려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사진을 클릭하면 어린이들을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갑작이' 작가를 해보자고 해서 당황했다는 <책 읽는 강아지> 작가님의 글.
북토크 날에는 어딜 가나 책이 매진이 돼서 자신도 찾을 수가 없다니 대박이구나.
왼편이 금요일에 쓴 초고, 오른편은 토요일에 고쳐 쓴 글이다.
이 하찮은 책을 보고 북토크를 제안해 주시다니 기대에 부응해 주겠다는 <구름 위에 다람쥐> 작가님.
<백여우> 작가님은 센스 있게 북토크 대본을 쓰셨다.
<살찐 호랑이> 작가님은 의외로 '스포츠' 주제의 책을 냈다고 한다. 운동을 좀 하는 편이기 때문에 주제를 그렇게 정했다고 하니 너무 재밌다. '운동을 좀 하는 편인' '살찐 호랑이'라니...ㅎㅎ
초고를 메모 스케치 식으로 쓰기도 한다. 아래는 <책 모자 여우> 작가님의 진지한 <작가의 말>이다.
받아쓰기도 못하던 네가 어쩐 일로 출판까지 했냐고 엄마가 '부퐤'를 쏘셨다고 하니 나도 기쁘다. 이 어린이는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해서인지 구체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모든 작가님들의 글을 소개하고 싶지만, 나는 이제 수학 단원평가 시험지를 채점해야겠다.
AI 채점, AI 신체검사, AI 가정통신문 취합, AI 문서작성 등이 가능해져서 나는 작가님들 글을 더 오래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교사는 어린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날도 곧 오겠지?...오.겠...지?
+ 혼자 보기 아까운 어린이 작가님들의 글이 눈에 띄면 또 소개하겠습니다. 스캐너를 사야겠나 봐요. 핸드폰으로 찍어서 편집해서 올리는 게 오래 걸리네요. 그림과 글을 찍을 가성비 좋은 스캐너 추천받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