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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익스피어 Jul 29. 2020

빗소리에 대한 단상

일상의 끄적거림


비가 오는 날이면 추적추적 오는 비를 바라보며 음악에 몸을 맡길 때가 있었다. 반복되는 빗소리에 멍하니 귀를 기울이며 침잠하는 마음속 평온함이 좋았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하고, 아이를 기르고... 인생의 프로세스를 하나씩 밟아나가면서, 단계마다 느끼게 되는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다 보니 어느새 40대가 넘어가 있다.


서른을 넘길때 국가 고시를 준비하고 있을때라 기타를 튕기며 광석 형님의 [서른 즈음에] 를 몇 번 부르고는 아무런 느낌 없이 서른한살로 달려갔었다. 마흔엔 늦은 결혼 1년차를 행복하게 보내며 별다른 생각 없이 마흔한살로 접어들었다.



나이를 한살 더 먹고 앞자리가 달라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개인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오늘 내리는 비를 보며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며 느끼는 것은 아마도 10년에 한 번씩 오는 자기 인생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난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대에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집근처 탄천 산책로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온몸이 젖어오는 그 상황에서도 가슴에서 올라오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미소지었던 그런 시절이 나에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어떤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회사일을 하기 바쁘다.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며 선택한 이 길이었지만, 선택의 순간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 지금은 그저 눈앞에 있는 것들을 해치울 뿐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지 않을까? 어젯밤 침대에 누워 잠꼬대를 하던 귀여운 아들 얼굴이 떠오른다. 코로나에도 나름 건강히 자라주어 고맙고, 세살을 넘겨 말을 하려고 조금씩 단어들을 이어붙이려 노력하는 녀석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다만, 어젯밤 녀석의 잠든 얼굴을 보다가, 내가 저 나이때가 있었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 오늘의 나를 지켜본다.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다만, 내가 평소 하는 일들은 가장 강력하게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나를 점점 무디게 만들고 있나보다. 감정이 사그라들게 만들고 있나보다.


이 무뎌지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이 있어서, 그것들의 끄나풀이라도 붙잡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변화들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적어도 그런 감성이 무뎌지지 않았으면 했다. 좋은 노래를 들으며 눈물짓고, 눈이 오는 걸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고... 아... 물론, 내 아내는 나에게 수도꼭지라고 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내 젊은, 어린 시절의 그 무엇과는 분명 다르다는 걸 나는 느끼고 있다.


당분간은 내 변화에 대해서, 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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