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고작 0.1원에 열광할까?
요즘 여러모로 하태하태를 달리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업체 拼多多(pinduoduo, 한국에서는 ‘핀둬둬’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있는 듯 하다) . 아니 그래, 중국에서는 1-2년 전부터 한 마디로 受欢迎/환영받던 서비스긴 한데, 한국에서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바이럴이? 으아닛 나스닥 상장까지? 이거 뭔가 뒤가 구리다 라는 생각에 페킹 익스프레스 888 대망의 첫 단추는 핀둬둬로 시작하기로 함.
자료를 모으던 중, 주가가 폭락하는 사건 이 생겨
‘훠씨 첫 글 부터 이러다니… 역시 중국 글을 쓸 때는 시의성 따위 맞출 수 없는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으나(응 맞아) 못먹어도 go라고, 한번 가 봅시드아.
이생님은 이커머스적 초점에서 본인의 인사이트+기본적인 정보를 큐레이션해주실 터이니,
나눈 ‘고럼 도대체 이걸 만든 놈이 누군가에 대한 야부리(?)와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조큼 털어보려 한다.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아는 중국인 기업가는 누구일까?
말할필요 뭐 있나, 나도알고 우리 엄마도 알고있는 마윈(马云;Jack Ma)이다.
요 몇 년간엔 취미생활 도 활발하게 하고 계신 마윈슨생님(혹시나 미래 보스가 되실 수도 있는 분이니까 ^^)
말고 그럼 또 누구? 중국에 관심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마화텅과 류창동 까지는 귀에 익숙할 것 같다.
张一鸣(Zhang Yiming;장이밍)도 기억해주십쇼 여러분. 현재 제 보스니까요...이밍형! 4조의 사나이!
예전에 차이나랩에서도 한번 썼지만, 특히 작년과 올해 이 씬은 거의 80년대생들이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정도. 이말을 왜 했냐면, 핀둬둬 창업자 역시 80년대생이기 때문이다.
http://panplanet.blog.me/221151028516
http://panplanet.blog.me/221228879538
(헝 ㅠㅠㅠ근데 오포는..... ㅠㅠ 일년도 안되었는데 판세가 이렇게 바뀌어버렸다)
Huang Zheng
황쟁/황정
한줄평: 천조국 구글에서 중국시장 개척하라며 파견되어 중국 구글 오피스를 만든 구글러
훠~구글러라니~
구글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다들 하나씩은 있잖아요?
똑똑하고 말 잘하는데 약간 샤프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 친구-라고 썼지만 나이 추정해보고 약간 쫄았음-역시 그런 이미지가 있는 ex-googler임.
좀더 디테일하게 털어보자면,
황쩡의 영어 이름은 Colin Huang.
자세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본과 졸업년도가 2002년이라는 점과
빠링허우(80后, 80년대 출생자)라고 하는 기사들을 미루어 봐서 대략 38~40 사이로 추정된다.
친절하게도 알리바바/텐센트 중 어느 자본의 투자를 받았는지까지 표시해 둔 표.
타오바오야 넘사벽이고, 징동이 그 뒤를 잇는건 알겠는데 세번 째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핀둬둬가 조금 어색하다. 아니 류창동 형이 그렇게 열심히 몇년동안 달렸는데, 생긴지 2년 밖에 안되었다는 핀둬둬가 아주 아주 바짝 창동형을 쫒아가고 있는 중. 어쨋든 잭마/포니의 싸움이라는거자나 결국엔...ㅋㅋ
이 표는 2017년 1월-12월 까지 기간동안 중국의 이 커머스 앱들의 사용율을 나타낸 표.
타오바오, 징동. 핀둬둬, 웨이핀후이, 티몰, 시엔위, 수닝, 모구지에, 주완주완, 쥐메이.
그 어느 서비스도 핀둬둬 만큼 가파르게 성장한 서비스가 없다.
이미 기존의 두터웠던 시장을 뚫고, 라이징한 것.
흥미로운점을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핀둬둬의 주요 고객층은 1선 도시의 사람들이 아니다.
핀둬둬 사용자 중 1선도시 거주자는 7.6%에 불과하고, 4선도시가 41.6%에 달한다. 징둥 사용자 가운데 1선도시와 4선도시 비율은 각각 15.7%와 30.1%에 이른다.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지난해 32.8위안에서 올 1분기 38위안으로 올랐지만 알리바바의 6분의 1, 징둥의 10분의 1수준에 머문 이유다. 특히 지방의 소도시 주민일수록 가격에 민감하다. 저가격에 승부를 건 핀둬둬의 전략이 먹히는 조건이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5&t_num=13605548)
이 글을 쓰는동안 한국쪽에도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잘 정리된것 같아 가져왔다.
여기에 조금 더 말을 보태자면,
1선에서 2선, 2선에서 3선으로 갈 수 록, 그러니까 더 낮은 등급의 도시로 갈 수록 인구 수는 증가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아래 그래프를 참고해보자. 3선 도시는 2선 도시의 배에 다르는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저가 경쟁.
낮은 등급의 도시일 수록 노동자들의 소득은 줄어든다. 소득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액수 단위의 금액에도 민감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0.1위안, 0.03위안 정도를 할인해준다 하더라도, 이 구역의 유저들은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할인을 얻어낼 수 있는 행위, 즉 핀둬둬가 지향하는 소셜라이징 행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2015년 기준 포브스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세계 100대 부자 중 20명이 중국인이라고.
청나라 말기 부터 이런저런 고통을 겪었던 중국은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 부터 한동안 ‘못사는 나라’ 딱지가 항상 붙어다녔다. 그러나 불과 100년, 아니 약 50년만에 중국이란 나라의 위치와 파워는 어떻게 변했는지?
세계의 경제판을 이끄는 사람들 중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인지?
이 잘나가는 양반들은 잠시 제쳐두고, 일반 서민(개인적으로 서민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단어 만큼 ‘서민’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없는듯)들의 상황은 어떨까?
“从俭入奢易,从奢入俭难”——《论语》
논어의 저 말은 "아끼지 않고 사치하면 인생 힘들어진다 아그들아"(ㅋㅋㅋ교수님 죄송해여...땅치고 계시는거 아니져?) 한국에서도 10원 한장까지 아껴야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 중국에서도 ‘절약’ 이란 키워드는 그 유~구~한 역사가 이어져 오는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근현대사의 중국을 살펴보면 그저 ‘아끼는’것이 아닌 ‘아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학생회에 참여하며 3년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는데(그 프로젝트는 더 훌륭한 후배님들이 디벨롭 시키며 진행중이다 ㅎㅎ) 바로 ‘헌옷 기부하기 (衣捐活动)‘ .
매 학기가 시작하거나 끝날 때 마다 유학생 기숙사의 쓰레기 수거함에는 산더미같은 옷들이 쌓였고, 짐의 제한으로 그들이나 내가 옷을 버릴 때 마다 마음 한구석에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던차였다. 수소문 끝에 이 옷들을 农民工(농민공, 농사를 짓거나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 혹은 그 자녀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매 학기 시작과 끝 즈음 기숙사 앞에 천막하나, 책상하나, 배너 하나 가져다 두고 옷을 기부 받아 그들에게 전달했다.
아, 놀라지 마시길. 그 지역 역시 ‘베이징’ 이었고 우리 학교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나, 제대로 된 학교, 집, 관공서들이 전무했다. 회색빛의 마을. 户口(한국으로 치면 ‘출생신고’/’주민등록’)도 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우리 학교와 5분 거리의 중관촌의 높은 빌딩들을 떠올리자면 정말 상상도 되지 않는 모습 이었다.
이건 비단 학교 밖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학교안 학생 식당에서 조차 이와 같은 상황을 종종 목격했는데,
일단 식당 코너중에 [经济菜](직역하자면 경제반찬(...?))이 따로 있었다.
북경대 학생식당들 중 燕南食堂 기준으로, 한끼에 소요되는 평균 비용은 15원(한화로 2200~2500원) 내외.
그렇지만 그 조차 힘든 학생들을 위해 经济菜 코너가 따로 있는것이다.
이 经济菜는 처음 본 -특히 외국인들-사람에게는 약간 충격을 가져다 주기도하는데 그 메뉴로는: 당근 볶음 (정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당근만 볶음), 콩나물 볶음(역시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고 콩나물만 볶음), 배추 볶음(이것역시..배추 온리)등등이 있다. 보통 배식용 주걱기준 한 주걱에 2-3위안 정도. 찐밥(보통 2공기 분량정도에 1.5위안) 에 이런 经济菜만 수북히 쌓아 먹던 학생들 역시 매일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
급성장한 나라들에 항상 존재하는 문제이긴 하지만(한국도 그렇고), 중국의 경우 이 #빈부격차 #양극화 의 정도가 상상이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1원, 아니 0.1원을 아끼기 위해 3억여명의 유저들이 핀둬둬와 위챗을 통해 자발적인 소셜 인터랙션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상하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니 (얼마없는)황정의 인터뷰 중 흥미로운 파트가 있어 가져와 살짝 의/번역 해보았다.
원문 출처: http://www.lbzuo.com/fangtan/show-11827.html
Q:网易(왕이/netis)의 丁磊(띵레이)와 顺丰(순펑/SF)의 王卫(왕웨이)와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황정님께 끼친 영향이 큰 편인지요?
黄峥:음,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엔젤투자자분들 중,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은 段永平(돤용핑) 입니다. 그분께서는 끊임없이 제게 먼저‘올바른 일을 하라’고 가르치셨고, 그 다음에 ‘정확하게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실상 이 말은 레이쥔(샤오미)이 했던: 전술 방면의 노력으론 나태한 전략을 커버할 수 없다 라는 말과 같은 맥락입니다. 돤융핑은 계속해서 제게 올바른 일을 하라고 하셨고, 제가 어떤 일을 하던간에 먼저 그 일이 올바른지 여부와 해도 되는지 여부를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Q:그렇다면 돤융핑님께서 어떤 일이야 말로 ‘올바른’일인지도 알려주셨나요?
黄峥:그분에겐 ‘본분’이라는 사상이 있습니다. 본분의 뜻으로는 먼저‘누구를 위해 서비스를 할 것인지’, 두 번째로는 ‘초심은 무엇인지’, 다른이를 이용하려는것은 아닌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예로 보자면, 물류의 형태가 어때야만 (사용자들이)신뢰할 수 있을지, 게임이 어때야만 신뢰할 수 있을지 등은 딩레이와 왕웨이가 돤용핑 보다는 훨씬 더 잘 알고 있을겁니다.
*돤융핑은 步步高集团 (부부까오지퇀)의 대표인데, 한국에선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중국 IT계에서는 매우매우매우 신화적인 인물이다. 바로 중국의 휴대폰 브랜드인 OPPO와 VIVO의 창업가이기 때문!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제법 잘 실현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돤융핑을 스스로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라 말하고, ‘올바른 일’ 에 대해 인터뷰 자리에서도 언급할 정도이니… 황정 이 사람, 正道派의 스멜이 난다. 매우 진하게.
a.
도시별 앱 사용 습관에 관해서는 도우인(抖音,Tik Tok)에 관해 포스팅 할 때에도 언급한적이 있으니 한번 참고해보시길.
http://panplanet.blog.me/221313523341
b.
지금 몸담고 있는 Tik Tok(틱톡;도우인) 은 1선 도시를 먼저 점령 후, 3-4선 도시까지 범위를 넓혔으나,
반대로 콰이쇼우(콰이)의 경우 3-4선 도시를 선 공략 후 1-2선 도시로 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참고할 만한 기사도 첨부하니 읽어보면 좋을 듯.
http://t.cj.sina.com.cn/articles/view/1693496950/64f0b6760010059p3
c.
황정을 간략하게나마 3줄 요약해보자면
1)아직까진 베일에 쌓인 인물(언론 노출이 생각보다 많지 않음)
2)중국 내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나스닥 상장시에도 상하이에서 직원들과 함께 이원중계로 지켜본다던가 하는 제스쳐를 취할줄 앎)
3)또 다른 80년대 출생의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
알리의 마윈 같이 노출을 좋아하거나 성격이 대외적으로 활달한것 같진 않음.
오히려 포니(마화텅)과 성격적으로는 더 유사해 보인다.
써놓고 보니 외모도 뭔가..비슷한것 같아?!
확실히 요즘 전세계의 IT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의 대표들의 대다수가 개발자(엔지니어)출신이고, 그 중에서도 AI 관련된 인사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장이밍이라던가...장이밍….이번에 펀딩 받으면 밸류가 UBER를 찢어버림….)
https://36kr.com/p/5147123.html
d.
앞으로 3년 정도 후에 이 씬은 더 '젊은' 창업자들 + ‘블록체인’과 관련된 인사들이 이끌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e.
핀둬둬 의 나스닥 상장코드는 PDD.
그들의 영문 슬로건은
TOGETHER, MORE savings, MORE fun
f.
알리/텐센트의 커머스 생태계 분포도를 첨부하며 이번글은 여기서 마칩니드아~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달전에 이 글이 올라가야했는데... 반성... 이제 바톤은 이생님께로 슝슝
*본문 이미지중 캡션이 달려있지 않은 사진들은 모두 사진 자체에 출처가 표시되어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