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본 여행을 다녀왔었다. 대학 동기와 선후배와 함께 오사카, 나라, 교토 등을 방문했다. 일본에 대한 부러움도 적개심도 즐거움도 분노도 잘 곱씹으며 보낸 여행이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바로 윤동주 시비다.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도시샤 대학 안에 윤동주 시인과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사람도 일본사람도 꾸준히 추모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곳이다.
나는 그 윤동주 시비 앞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사실 나는 수업시간에 윤동주 시인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었고 윤동주 시비 코스도 사실 메인 여행지는 아니었음에도 나는 왜 그렇게 그 앞에서 울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한동안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와이프도 동기들도 나를 진정시키느라 적잖이 고생했다.
먼 타국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청년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그의 시가 나에게 주었던 감동들이 밀려왔던 건지. 결국 생체실험으로 죽게 만든 일본에 대해 화가 났는지. 그것은 여전히 모르겠으나 내 마음이 힘들거나 어려울 때 그의 시를 생각하면 힘을 얻게 된다.
날이 추워지는 요즘. 다시 그가 보고 싶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