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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Nov 03. 2023

선생님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밤 9시. 학생에게 상담 요청 문자가 왔다.

상담을 요청한 A. 상담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sns 상에서 한 여학생을 알게 되었다. 즐겁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한창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A를 차단해버린 여학생. 여학생은 '너 찐따라며'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단다. 상황을 조합해보니 자신을 싫어하는 친구 B랑 그 여학생이 아는 사이였단다. 아마도 B가 여학생에게 자신을 안좋게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A는 어떤 학생인가. 반에서 시도때도 없이 방귀를 뀌고 코를 자주 풀어 책상 위에 휴지가 산처럼 있다. 자신이 아는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질문과 대답을 하지만 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축구를 자신이 잘한다고 자랑하지만 체육대회 예선에서 큰 실수로 골을 먹힐뻔하였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서툴고 자신의 의견만 관철할 뿐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핸드폰을 항상 손에 들고 다니며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엔 헤드폰을 쓰고 게임만 하고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핸드폰에 손을 뻗치는 그런 학생. 


사실 상담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B에 대한 비판. 옳지 않다. 너 자신을 돌아보란 말. 옳지 않다. 어줍짢은 격려. 의미 없다.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었을까.


A는 여학생이 자신의 말에 웃어주고 메시지에 하트를 눌러주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먼저 인사를 걸었다고 좋아했다. 그런 연애의 가능성을 B가 망쳐버렸다며 화를 냈다. 나는 관계에 있어 모든 것에 과하게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 너가 보는 너를 잘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할말이 가득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다. 오늘은 일단 자라고 이야기했다. 내일 상담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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