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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망 Jan 04. 2024

너는 이기주의자야.

초등학교 시절.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저는 인기가 좀 있는 타입이었습니다. 반에서 인기 투표를 하면 1~2등을 다투었고 짝꿍을 바꿀 때면 제 짝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아이들이 많이 있었죠. 하하하. 제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재밌고 시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그렇잖아요. 잘 생기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돈이 많은 것은 필요없고 활발하면 장땡인 그런 시절이었죠.

그런 6학년 때 반에서 롤링페이퍼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기전 친구들에게 한마디씩 남기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저의 롤링페이퍼에는 좋은 말이 가득했었죠. '중학교 가서 연락해라.' '같은 학교가면 좋겠다.' '보고싶을거다.' 등등 다들 좋은 말들을 적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기억나는 말은 당시 짝꿍이었던 조은실(이름도 기억이 납니다.)이라는 친구의 말 뿐입니다.


'이소망.너는 이기주의자야.'


하고 많은 좋은 말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 나쁜 말만 정확하게 위치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말이죠. 그 어린 시절 친구가 적었던 저 부정적인 말이 살아가는 내내 저에겐 채찍질이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기주의적으로 행동하지 않나...'


저를 항상 돌아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매년 학기를 마칠 때마다 이 맘때쯤 교원평가라는 것을 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일년 동안에 심사를 받는 날입니다. 담임으로서 교과교사로서 여러가지 항목 가지고 평가를 받지요. 점수로 평가받기도 하고 글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항상 좋은 이야기들을 학생들은 남겨줍니다. '좋아요' '내년에도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이 제일 좋았어요.' 등등. 그런데 저의 가슴에 남는 것은 학생들의 부정적인 불만들입니다. '진도가 느렸습니다.'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등등. 이런 학생들의 평가는 방학 내내 저를 채찍질하고 저는 다음 학기를 그렇게 준비해갑니다. 


내년에는 더 잘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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