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12
어릴 적 살던 집에는 크진 않았지만
뛰어놀기 좋은, 작은 마당이 있었다.
대문 옆에는 작은 수돗가가 있었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아놓는 장독대가 줄 서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작은 창고에는
떡밥과, 찌, 뜰채부터 텐트, 사다리와
각종 공구들이 가득 차 있었고,
이른 새벽, 민물낚시를 다녀오신 주말에는
수돗가에 앉아 붕어를 손질하셨다.
그날 점심은 항상 수제비를 넣은 매콤한 어탕이었다.
본격적인 겨울이 찾아오기 전,
할머니가 보내주신 배추 200포기가 도착하는 날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고
빨간 고무 다라이에 소금물을 만들어 김장을 준비했다.
하루 온종일 담은 김치는
마당 한켠에 묻은 장독대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할머니 집에서 데려 온 강아지 ‘메리’는
온 동네를 활보하며 놀다가도
저녁이 되면 어느새 마당 한켠에 있던
자기 집으로 돌아왔고,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가 닭이 될 때까지
모이를 주고 키우기도 했다.
많은 주택과 빌라들이
연면적을 늘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담장을 막아 보일러실을 만들고,
테라스나 발코니를
샌드위치 패널이나 폴리카보네이트로 덮어
창고로 쓰기도 한다.
땅을 밟지 않고 자연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2평짜리 작은 마당이 생겼다.
기존에 있던 집도
옆집 담장을 패널로 덮어 불법 증축을 한 상태였다.
철거를 하고 보니, 다세대와 빌라로 둘러싸인 마당은
생각보다 아늑했고, 낭만적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길고양이들이
(우리는 턱시도, 까망이, 못난이라고 부른다.)
자주 찾아왔고,
햇살 좋은 날 문을 열어놓으면
거실까지 들어와서 자기 집인양 졸다 가기도 했다.
빨랫줄에는 간간히 옷가지를 널었다.
햇볕에 잘 마른 바삭바삭한 느낌이 좋았다.
식물을 사랑하시는 아버지가 그랬듯이,
우리도 양재꽃시장을 내 집처럼 들락거리며
초록식물을 찾아다녔다.
3년이 지난 지금,
사계절 아름다운 남천나무,
담장을 거꾸로 오르는 오엽이,
가을이면 더욱 탐스러운 수크렁,
턱시도(길고양이)가 좋아하는 은사초로 채워졌고,
작기만했던 2평 마당은 우리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TIP
건축물대장을 잘 살펴보면 불법 증축된 부분까지 확인 가능합니다.
리모델링이나 증축을 위한 건축행위를 할 경우에는 불법 증축 부분은 철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