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 architects Dec 05. 2020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돌곶이집 ep.11

단독주택에 사는 일은 수고스러움이 많다.


일 년에 한 번은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하고,

겨울이면 동파가 되지 않도록

헌 옷가지나 단열재로 수도계량기를  보호해야 한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길가는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  


아파트에 산다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알 필요도 없는 일들이다.


쓰레기 버리는 일 하나도 쉽지 않다.

집 앞이라 해서 쓰레기봉투를 쌓아두었다간,

길가는 사람들이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리기 일쑤다.


음식물 쓰레기를 집에 두기 싫어서

외부 플라스틱 수거통에 채워뒀다가는,

악취와 해충들, 길냥이들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쓰레기 하나도

수거차량이 오는 시간과 요일에 맞춰 내놓아야 하고,

날씨가 변하고, 계절이 바뀌는 일에 신경을 쓰게 된다.


비가 온다는 데 물이 새진 않을까?
태풍이 온다는 데 문제가 될 곳은 없을까?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은,

스스로가 건물관리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택배가 오면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누가 대신 챙겨주지도 않는다.

우편물을 받기 위한 공간이나 우편함도 필요하다.

물론 이런 것들 하나하나를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싶은  욕심이나 열정이 있다면,

불편함은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사실 손이 간다는 말은, 큰 문제를 뜻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매일 습관처럼 해왔던 일들,

아니면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일들이고,

사소한 일상에 조금씩 수고를 더하는 것,

그런 각오가 필요한 일이 단독주택에서의 삶인 것 같다.


돌곶이집은 대부분의 협소 주택이 그러하듯이,

바닥면적이 작아서 몇 개의 층이 계단으로 연결되어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중정과 마당을 청소하고 식물을 돌보는 일도

꽤 수고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집은 단순히 편의성, 실용성과 같은

기능적인 관점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살아가는 사람의 생활 방식, 일상을 담고 나누는 곳이기에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각자 삶의 방식에 따라

집이 가지는 의미, 쓰임, 공간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다.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내 집, 내 가족을  보호하고 가꾸는 수고와 보람, 

그 안에서 만드는 특별한 순간들을 지내보니,

평생을 주택에 살며 가족을 돌보고 키우셨던 부모님들의 

수고스러운 일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판상형 4베이에 사는 것과

마당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것은 

어느 것이 좋고 나쁨에 따른 평가와 비교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우선순위에 따르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상상하는 것처럼 쉽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지만 집을 보살피는 수고로움은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담아내고 기억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는

수고로움이 주는 불편함을

기꺼이 좋아하겠다고 다짐했다.



TIP

단독주택에 사는 수고로움은 게으른 사람도 부지런하게 만듭니다.

정성을 쏟아 가꾸는 삶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이전 11화 여기, 주택이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