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10
작은 땅에 지어지는 집은 보통 2~4층 규모로
하나의 층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건축법상 지역지구에 따른 건폐율이라는 것이 있고
더군다나 신축일 경우에는
별도의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층수가 높아지고 계단도 생겨야 하는 상황이 된다.
보통의 집처럼
한 층에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돌곶이집은 벽이 없는 창고 같은 집이다.
5개의 꼭짓점을 가진
19평의 자투리땅이 가진 속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최소한의 건축적 행위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탓이기도 했다.
삶의 단편을 담아내는 배경 같은 집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창고 같은 공간
벽으로 공간의 성격이 규정되지 않길 바랬고,
보통의 협소 주택과 같이
3센티미터의 남는 공간도 가벽을 세우고
수납공간으로 만드는 꽉 짜여진 공간이 아니라
조금은 느슨하게 연결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층은 주방과 거실이 마당으로 이어지고,
2층은 마루와 욕실이 중정을 마주하며 연결되고,
침실이 있는 로프트(다락)에 누우면
하늘과 달과 별이 보인다.
수직의 벽이 아니라
수평의 바닥을 따라 공간이 구획되어있고
각각의 공간은 모든 방향으로 연결되고
모든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돌곶이집을 본 사람들은 "이거 집 맞아요?"라고 묻는다.
커튼집 사장님은
"층고가 엄청 높네요-
특이한 집에 사는 것도 재밌겠어요."라고 했고
치킨 배달 오셨던 분은 "창고인 줄 알았어요."라고 했고
지나가던 어떤 커플은 "여기 카페아니에요?"라고 했고
택배 배달 온 아저씨는 "여기 갤러리예요?"라고 했다.
모든 집들이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박공지붕일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집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로 만들어진 공간이
쓰는 사람에 따라 그들의 일상을 담는 배경이 된다면,
그리고 그런 다양한 집들이
동네의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TIP
벽이 없는 집은 냉난방 효율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냄새나 소리에 민감하신 분, 가족 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신 분들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