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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Dec 01. 2020

내향적인 집

돌곶이집 ep. 9

남으로 창을 내겠소.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남으로 창을 내는 일은 우리에게 쉽지 않았다.


자기 집 쪽으로 창을 내면 

바로 민원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앞집 아저씨,

하늘이 잘 안 보인다며 

공사 내내 사진을 찍어가며 문자를 했던 옆집 아주머니,

공사가 끝났던 어느 날에는 

집에 전등이 나갔는데 우리 집 공사 때문 아니냐며 

전기기사를 불러달라는 분도 있었고,

시끄럽다고 오후 3시까지만 공사를 하라는 분도 있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양해를 구할 때에는 

괜찮다고 편하게 진행하라고 용기를 주셨던 분들이,

막상 공사를 시작하게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다그치기에 바빴다.


사실 기획설계를 시작하면서부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려가 1순위였고,

대지 여건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제일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창 하나 자기 집 쪽(보일러실 쪽이었다)으로 

생기는 것이 싫다는 주변 민원으로 인해 

창의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건축법에서는 지자체별 용도지역에 따라

대지경계선에서부터의 정북 일조 사선, 건축한계선,

인접대지와의 이격거리를 정하고 있고,

이는 프라이버시와 일조권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권을 규정한다.


집을 지으면 10년 늙는다.


법적 사항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소음과 먼지, 일조권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를 포함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본 생활권에 따른 민원발생은 비일비재하고,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심리적 부담감은 굉장히 크다.


우리는 그런 말들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용기도,

뻔뻔함(?)도 없는 마음 여린 사람들이었다.



우리 부부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내부 지향적인 생각, 내면의 깊이에 대해 관심이 많고,

같은 자극에도 심적으로 더 크게 반응하고 

더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크지 않은, 아니 사실, 아주 작은 집에 중정이 생긴다면,

아마도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우리 부부 같은 모습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곶이집 2층에는 

내부 지향적인  공간, 아주 작은 중정이 있다.



TIP

중세, 영국을 비롯한 유럽 대륙과 신대륙에서는 창문세(window tax)라는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창문 재료인 유리가 고가였기도 했고, 그 당시 창문은 일종의 사치품에 속했기 때문에 창문이 없는 집에 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조세가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부합하는 형태로 부과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창문을 근거로 한 조세 부과는 나름의 합리성을 갖고 있었고, 창이 많다는 것은 방이 많다는 것, 냉난방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력 있는 집이라는 논리였습니다.


반지하나 쪽방촌 판잣집, 창문이 크면 몇 만원이라도 더 비싼 대학가의 고시원들이 그러하듯이 돈이 없으면 창이 없는 집이 많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 속하는 일조권마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시장경제 속, 최소한의 생활권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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