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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Jan 05. 2021

삼각형 주방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돌곶이집 ep. 18

어릴  살던 집에서 주방은
가장 깊숙한 위치,
동선의 가장 끝에 매달려있었다.



엄마는 거실과 분리된 주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다섯 식구가 밥을 먹는 테이블 맞은편,

ㄱ자형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수납장에는

혼수용 그릇과 냄비세트,

명절이 다가오면 전 부칠 때 쓰던 각종 소쿠리,

제기세트와 병풍,

손칼국수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위한 나무 도마와 홍두깨,

여름 한철 만들어 먹던 빙수기,

베이킹을 좋아하던 엄마의 제빵기구들,

손님이 올 때를 대비한 다양한 술잔과 커피잔,

각종 식자재와 양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섯 식구였던 우리 집 살림은 넘치고 넘쳤다.



돌곶이집은

아일랜드형의 스테인리스 싱크대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ㅅ자 형태(삼각형)의 평면으로 계획되어

거실과 마주 보고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납장 없이,

싱크대를 포함한 아일랜드형 수납장은

105cm의 꽤 넓은 폭으로 계획되어

거실에서 쓰는 수납장 겸 식기와 가전을 포함한

식자재를 보관하는 곳으로 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먹을 수 있을 양만 구입하고

식기나 냄비는 두 식구의 살림만 가지고 있는 우리는

큰 팬트리가 필요하지 않았고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하는 살림살이에

공간을 내어주기 싫었던 탓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싱크대 상판은

대리석이나 원목 상판에 스테인리스나

자기질 싱크볼을 매립에서 사용하는 것이었고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일체형 무절상판은

식당의 주방, 혹은 의학용이나 산업용이 대부분이었고,

이케아에서 파는 모듈형 주방 수납장뿐이었다.



삼각형의 주방에

간결하고 단순하게 디자인된 상판을 만들기 위해

을지로와 용두동의

스테인리스 철강 업체를 찾아다니며 문의를 했다.


스테인리스라는 재료가 가지는 물성,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느낌,

기능성과 위생적인 측면,

베이킹을 좋아하는 남편이 반죽을 하기 좋았고,

간편한 식사를 하기에도 좋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없는 삶을 선택한 우리는

아침을 먹지 않는 식습관,

야근이 많은 일의 특성상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간편식 위주의 식사,

주말에도 동네 작은 백반집에 들러

끼니를 해결하곤 했지만

베이킹을 좋아하는 남편의 취미,

회사에 가져갈 점심 도시락,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삼각형 주방은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TIP

벽이 아닌 가족을 향해 돌아서고 싶은 마음을 담은 대면형 아일랜드 키친의 인기는 이미 30년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스테인리스 상판은 초반에 얼룩과 손때, 스크레치로 인해 관리가 쉽지 않지만 기능성과 위생성 측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http://instagram.com/dolgoji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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