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19
예전보다 친구나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시대로 인한 환경의 변화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서로의 관계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의 인생과 삶의 모습까지 담고 있는 특별한 집,
우리가 사는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당신과 나는 특별한 사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일로서, 직업으로서
다른 이의 집을 짓는 건축가들
오랜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가치를 담은
건축가가 짓고 사는 집, 우리는 그런 집들을 사랑한다.
건축주의 안색을 살필 필요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이,
오직 자신의 신념대로 지어진 집은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자신들을 위한 집이자 작업 스튜디오로 쓰였던
Case Study No.8 (임스 하우스라고 불린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하우징 수요를 대비해
전쟁 후 혁신적이지만
실용적이고 살기 좋은 집의 형태를 선보이고자 했고,
자연에 대한 애정과 조화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48년에 지어
1988년에 사망할 때까지 살던 집이자
작업장이었던 바라간 하우스는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예술학도들,
건축가들의 순례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감성적인 건축을 추구했던
바라간의 의지가 충실하게 구현되었고
소박한 외부 디자인과 대조되는 내부에는
기성품이 아닌 직접 제작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적절한 공간의 크기는
4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코르뷔지에가
마지막 여생을 보냈다는 작은 오두막(카바뇽)은
더 할 것 없이 완전한 인생을 보내기 충분했고,
벽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는 하나의 공간으로서
물건들로 채워진 집이 아닌
그의 건축적 사유가 응축된 집이다.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인 피터 줌터의 집은
자연의 빛과 함께 재료의 물성을 극도로 발휘해서
공간의 분위기, 사람들, 공기, 소음,
소리, 색깔, 물질, 질감, 형태를 만들어낸다.
줌터 하우스는 그의 건축과 삶이 만들어내는 근원,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다.
마지막으로 필립 존슨의 게스트하우스는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모습으로 서있지만
마차의 차고로 이용되었던 길고 좁은 공간에
중정을 활용해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묘하게 배치해서,
주거와 예술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집이다.
건축가가 사는 집은 특별하면서도 평범하다.
우리는 건축가들의 건축적인 설명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생활감이 가득한 사람 사는 모습,
음식 냄새가 나고 이부자리가 흐트러져 있는 모습,
가족의 삶이 집과 어우러지는 모습,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은 그런 모습들을 사랑한다.
TIP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삶의 방식과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누군가의 라이프 스타일을 쫓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의 모습과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때 진정한 인생의 재미, 지속 가능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