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늘은 뭘 했는지 돌아보며 써 왔던 일기
매일 내 씀씀이를 기록하던 가계부
가끔 책장에 어떤 책들이 꽂혀있는지 가만히 바라보기
이것들 모두 ‘나’를 알고 싶어하는 작은 몸짓이었다. 돌아보면 일상의 매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소소하고 하찮다고 여기지 않는 법,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 그것들로부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다.
퇴사와 휴식, 재취업을 하며 보내온 지난 2년간,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무언가를 해 보고 또 해보고 실패와 포기를 쌓아가며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캄캄한 터널 속을 조금씩 더듬으며 나아가는 연습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터널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출구가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터널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다. 하지만 어제보다 조금 마음이 편하다. 삶은 계속해서 과정일 뿐이기에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방향을 찾는 연습을 했다는 것에 안심한다. 퇴사 후 처음으로 내 힘으로 벌었던 돈보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했던 것보다 2년간 스스로 도전해서 실패하고 포기한 경험이 내겐 가장 큰 수확이었다.
‘실패해도 아무 문제 없네?’
‘포기했는데 난 멀쩡해’
새로 산 새하얀 노트에 실수로 찍힌 검은 점처럼 실패와 포기를 거슬려하던 내게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고 이런 여유는 내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당신, 오늘 실패했어도 괜찮다. 실패와 포기가 부끄럽고 나쁜 것이 아니라는 걸 안 순간부터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실패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된다. 그렇게 다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