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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미 Nov 26. 2021

간호 편입생 실습 일기 - 성인간호학 (호흡기내과)

그리고 한 학기를 마치며...

* 두 번째 병원 실습 (2021년 4-5월)


1월에 첫 실습을 마치고, 남은 겨울 방학 동안 실컷 놀고, 쉬고, 알바를 하다가 세 번째 개강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학기 역시나 코로나 때문에? 덕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 수업이었고, 또 한 번의 병원 실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개강을 하고 별 특별할 일 없는 일상을 보냈고, 어느새 두 번째 병원 실습을 앞두게 되었다.


이번에는 성인 간호학 과목을 바탕으로 한 성인 간호 실습이었고, 소화기계, 신경계, 그리고 호흡기계 중에 두 개의 병동을 2주씩 실습을 하는, 총 4주의 실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또 코로나를 했으며, 내가 처음에 배정되었던 병원에서 우리 학교 실습을 거절해버렸다.ㅠㅠ 그래서 나는 다른 병원으로 재배정을 받고, 새로 배정받은 병원에서는 학생 인원수가 초과되는 바람에 4주 병원 실습 중에 2주는 교내 실습으로 대체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호흡기계 병동 하나만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 너무 아쉬웠다... 난 병원 실습이 교내보다 훨씬 좋은데...ㅠㅠ


첫 2주는 교내 실습이었고, 교내 실습은 온라인 시뮬레이션, 교수님 강의, 핵심 술기 시험, 의학용어 구술시험, 과제 폭탄과 발표 폭탄, 등으로 이루어졌다. (역시 병원 실습이 더 좋아....ㅠ) 그리고 이후 2주의 병원 실습은 겨울 실습 때와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배정을 받아 호흡기계 병동으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 실습과는 다르게, 같이 실습할 짝꿍이 배정이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친한 편입 동기 언니가 직전 주에 나와 같은 호흡기 병동을 배정받은 덕에, 언니의 생생한 후기와 꿀팁들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고 실습 출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첫 출근을 하자마자 이전 실습병원이랑 다른 점들이 눈이 띄었다. 수동 혈압계, 감염 보호장구 수시로 착용, 산소통, 등 호흡기 병동만의 특징들이 새로웠다. 그리고 짝이랑 실습을 할 생각에 한편으로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 실습 때 혼자인 게 생각보다 너무 편했어서.. ㅋㅋ) 나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전 실습할 때는 실습 자체가 혼자이기도 했지만, 밥 먹을 때조차 다른 병동 애들이랑 말 섞어본 적도 없어서 그냥 실습은 홀로 살이구나 싶었는데, 이번 실습 때는 밥도 매일 다른 병동 실습하는 애들이랑 같이 먹고, 각자 병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해지기도 해서 좋았다! 다른 병동에서 실습하는 친구들이랑 맨날 같이 밥 먹고, 출퇴근 때 탈의실에서도 수다 떨고, 같은 병동 친구랑 근무 교대할 때마다 각자 근무시간 때 무슨 해프닝들이 있었는지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여러모로 이전 실습과는 다른 의미로 또 새롭고 재미있는 실습 기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당을 채워야해!


이번 병원에서 2주 실습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 중에 하나는, 내 첫 실습지가 개빡셌던거였음을ㅋㅋㅋㅋ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7시간밖에 안 했고, 이번에는 오히려 하루 9시간을 실습했었는데도 체력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힘들었다. 이전에는 혼자서 병동 바이탈 다 돌고, 혼자 bst 다 돌고, 혼자 온 만 때 만 심부름 다 하면서 걸을 틈 없이 7시간 내내 거의 뛰어다녔던 기억인데.. (후반에는 EMR 입력도 시키고 약장 정리도 시켜서 어느 정도는 신규 맛보기 체험 같기도...?) 이번 병원에서는 실습생은 실습생! 하며 딱 역할을 분담해서 잘라놓은 느낌?? 바이탈이랑 bst도 병동에서 내 파트 환자만 재고, 재서 가져다 드리면 EMR 입력은 선생님들이 다 하시고.. 심부름도 그렇게 많이 안 시키고 타 병동 차용 정도? 막판에서야 산소통 심부름 정도?? 그것도 첫 주에는 심부름도 거의 시키지 않아서 쫄래쫄래 뒷꽁무니 따라다니며 구경하던 시간이 대부분ㅋㅋㅋ 뛰어다닌 기억도 몇 번 없다. 전 실습 때는 걸은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허허 (참고로 첫 실습 때는 2주 동안 3킬로가 빠졌는데, 이번 실습 때는 오히려 살이 쪘었다ㅋㅋㅋ)




여하튼, 이번 실습 때도 역시나 해프닝들이 많았고, 이 또한 내 일기장에 하나도 빠짐없이 고이 기록해 놓은 상태다. 그중에 조금은 더 특별한 기억이 되었던 일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호흡기 병동이었다 보니 처음으로 환자분을 하늘나라로 배웅해 드리게 된 일 그리고 수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내서 진심을 가득 담아 해 주신 말씀들이 마음에 진하게 남게 되었다.


아직은 다행히도 간호라는 학문과 간호사라는 직업이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생과 사를 더 진하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고, 내 삶의 우선순위들을 돌아볼 수 있으며, 어떻게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가장 많이 고민할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이지 않나 감히 짐작을 해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실습으로 인해 환자들의 마음 그리고 보호자들의 마음을 많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공감능력 + 의료지식이 합이 되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 "병원 다녀왔어? 잘 먹고 잘 쉬어..ㅠㅠ" 뿐이었고, 동시에 혹시나 내 소중한 사람이 잘못되면 어떡하지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면, 이제는 나의 사람들의 몸 상태에 대한 안부를 한 단계 더 깊이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걱정과 서포트에 대한 표현 또한 업그레이드되었고, 나 스스로도 지식이 쌓인 만큼 덜 불안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는 한 학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학기 중에 친한 동생의 맹장이 터지는 바람에 갑자기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전에도 정말 친한 친구가 맹장이 터져서 수술을 하고 입원을 했었는데, 그때는 나도 아는 게 없어서 병원을 무작정 달려가서 “어떠케... 많이 아프겠다..ㅠㅠ 푹 쉬어”라는 말 밖에 못해줬었다. 그 친구가 아픈 게 한 가득 걱정되는 마음과는 달리, 어떤 위로와 서포트의 말을 감히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말을 아끼고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 수술하게 된 동생에게는 "많이 무서웠겠다. 선생님들이 감사한 병이라고 해도 힘든 건 다 똑같아. 버텨내느라 너무 수고했어, 복강경이었다니 많이 아팠겠네, 소변줄은 민망하기도 하고 많이 불편했을 텐데 너무 고생했어. 배액관도 하고 있었구나 더 힘들었겠네. 죽 나오는 건 잘 먹고 있어? 설사하던 거는 좀 괜찮아졌어?" 등, 걱정의 안부와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서포트의 폭이 넓어지고 구체적이게 되었음을 느꼈다. 이 외에도 유난히 이번 학기 중에 여러모로 아파서 고생하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깊고 가깝게 나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도 조금은 더 진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을 살짝쿵 품어본다.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지식을 쌓아감으로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지만,

생(生)과 사(死)가 지니는 묵직한 의미에 '존재'의 깊이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 중간고사(5월), 기말고사(6월), 종강


실습이 금요일에 끝나자마자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바로 중간고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솔직히, 나와 같은 차시에 실습이 배정된 학생들은 반쯤 포기를 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하지만 나는 작년에 이어 또 코로나 덕을 거하게 보게 되었다. 작년에 기말고사를 이틀 앞두고 확진자 수가 1000명대로 폭증하는 바람에 전공 10과목이 다 과제로 대체가 되었었는데, 이번 중간고사 때는 확진자가 그동안 한 명도 없었던 학교 동네에서 단체 확진으로 하루에 몇십 명씩 나오게 되면서 중간고사가 취소되고 모든 과목이 과제로 대체되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정말로. 사실상 어떻게 보면 감사할 일이 절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ㅠㅠㅎㅎ


온라인 시험과 과제 대체로 중간고사 기간을 무사히 넘기자마자 조별 과제에 발표 폭탄을 맞아버렸고, 바로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기말고사는 대면으로 진행을 했고, 이번 기말고사 기간 동안 공부를 하면서 물론 귀찮기는 했지만, 공부가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의 ㄱ도 싫어했던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다니.. 아니, 그 이상으로 재미있어하고 있다니... 나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기말고사까지 마무리하며 종강을 맞이했다. 짝짝!!


종강을 맞이한 시점에서 들었던 생각은.. 간호라는 이 길로 오기까지 나에게 상상 이상의 정도로 정-말 많은 시행착오들과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을 나도 모르게 하나씩 보상받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 특히 교수님들, 실습병원의 수쌤들, 편입 동기들, 현역 동생들, 전 세계에서 나를 서포트해주는 나의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나의 가족과의 소소한 만남과 교제로, 간호를 잘 선택했다고, 간호는 너의 길이라고 위로를 받는 것만 같은 시간들의 연속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소소한 일들이 모여 지금의 내 마음에는 시작과는 다르게 감사함만이 가득 차있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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